[MT시평]'충암파'의 포로가 된 대통령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4.12.09 02:05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불쑥 다가온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시간이 지나도 이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다. 비상계엄이 곧바로 끝난 게 다행이다. 더 지속됐으면 어쩔 뻔 했는가. 정치권은 탄핵, 질서 있는 퇴진 등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법론을 놓고 논쟁을 이어간다.

어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무모한 일을 벌였을까.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헌법 제77조 제5항과 계엄법 제11조 제1항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의문이 든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국회가 계엄해제요구권을 가지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계엄해제요구권을 발동할 것이란 점을 몰랐단 말인가. 알면서도 이런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을 했단 말인가. 평소 대통령의 화법과 의사결정 방식이 매우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번 결정은 최악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체 무엇이 윤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왔을까.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충암파'를 통한 '집단사고'(group thinking)와 대통령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인맥을 뜻하는 충암파의 핵심엔 두 장관이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 김 전장관은 1년 선배다. 두 사람은 모두 내각의 다른 어떤 인사보다 윤 대통령이 신뢰하고 아끼는 인사다.

실제 김 전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것은 물론 이 상황에 가장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을 비롯해 계엄군에 참여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곽종근 사령관(중장), 수도방위사령부의 이진우 사령관(중장) 모두 김 전장관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다.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기관으로 평가되는 777사령부의 박종선 사령관, 국군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 모두 충암고 출신이다.

충암파와 같이 동질성으로 뭉친 사람들의 의사결정 방식의 특징을 학술적 용어로 '집단사고'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1972년 미국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가 쓴 '집단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 think)에서 유래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편향적 정보만 취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무의식적 사고성향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무회의의 '계엄 반대' 의견을 무시했다. 이것이 무시된 배경엔 대통령이 충암파를 통한 집단사고와 확증편향에 빠져 다른 의견을 합리적으로 종합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집단사고와 확증편향에 빠진 독단적인 최고통치권자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준다.

동질화한 집단사고와 확증편향에 따라 내린 독단적 결정이 국민과 괴리된 정책결정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이런 오류를 반복하기 않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차기 대권주자들이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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