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기간에 중국 AI(인공지능) 기업 딥시크(DeepSeek)가 ICT(정보통신기술)업계는 물론이고 투자업계까지 뒤흔들었다. 80억원(약 557만6000달러)에 불과한 적은 비용으로 괜찮은 성능의 AI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그간 왕성하게 자금을 빨아들인 AI업계에 비효율이 끼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까지 이어졌다.
동시에 딥시크의 '저비용·고효율' AI에 대한 의혹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딥시크가 다른 AI모델의 답변을 자사 모델의 학습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오픈AI 등 기존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무단 침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및 AI산업에 특화된 연구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최근 딥시크의 총 서버 설비투자가 16억달러(약 2조3300억원), 해당 설비운영 비용이 9억4400만달러(약 1조3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기존 빅테크들의 AI모델보다 저렴할 수는 있어도 딥시크가 주장하는 것만큼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만 소요됐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알고리즘 개선을 통한 AI 성능은 매년 4배가 개선되는 만큼 딥시크 모델 중 추론성능 일부에서 성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도 평가했다. 딥시크의 저비용 모델개발 성공(?)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딥시크가 던진 화두는 분명 있다. 'AI 개발은 반드시 천문학적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통념이 깨졌다. AI 후발주자인 한국도 데이터와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를 최적화된 형태로 구성하면 우리의 역량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AI모델과 AI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용집약적 대규모 투자가 더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 중국 등 AI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들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GPU(그래픽처리장치) 보유규모에서도, 민간 AI 투자규모 면에서도 주요국들에 크게 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의 '저비용 모델'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및 딥시크가 그간 깔아둔 막대한 인프라의 혜택을 충분히 활용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한국이 'AI G3(주요 3개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의 AI는 지금의 LLM(거대언어모델)보다 나은, 멀티모달 능력을 갖춘,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AGI(범용·일반인공지능)로 나아가야 한다"며 "고성능 컴퓨팅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인프라 등 AI 개발을 위한 3대축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딥시크는 저비용·고효율 AI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임과 동시에 막대한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 계기가 됐다. 올해 본격화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을 비롯해 AI인재 양성, AI산업 생태계 육성 등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적, 초당적 협력이 더 필요해진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