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고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인도 출신 기업인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인도와 자메이카계 혈통을 가진 정치인이다. 이 외에도 많은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미국 공장에서 일하고 택시운전부터 햄버거가게 종업원까지 여러 직업에 종사한다.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인 셈이다.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이민자의 인권침해와 차별대우는 사회 이슈고 불법체류자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10년 후에는 초등학생 수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고 20년 후엔 일할 사람 1000만명이 사라지는 인구위기를 맞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국인 인재 활용이 불가피하다. 이미 지방은 외국인 노동자로 공장이 돌아가고 농사를 짓는다. 수도권은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관련 사회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24년 기준 93만5000여명이다. 이 중 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56만명 정도로 산업수요에 비하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불법체류자는 매년 증가해서 40만명에 달한다. 이제 우리도 이민자 또는 외국인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할 때가 됐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세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연구교육형', 둘째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기업활동형,' 셋째는 대학, 전문대학에 유학 와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미래잠재형'이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교육형'과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기업활동형' 외국인이 중요한데 이들을 확보하는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관련분야 역량을 갖춘 사람을 해외에서 데려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을 인재로 키워 활용하는 전략이다. 해외에서 외국인 인재를 불러오는 방법은 일견 빠르고 쉬운 전략이다. 실제로 정부는 외국인 과학자나 기술자를 초빙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 해외 학자나 과학기술 인력을 한국 대학에 유치하려고 한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orld Class University)이나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사업'(Brain Pool) 사업 등이 그것이다. 비자제도도 개선했다.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재의 조기정착을 돕기 위해 '사이언스카드'를 만들었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첨단인력을 위해선 '골드카드'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86%가 단순 기능인력이고 교수, 기술지도 등 전문직 인력은 14%에 불과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대안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외국 청년을 데려와서 대학이나 직업교육기관에서 인재로 키우고 한국 땅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첨단산업부터 농업, 제조업 현장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외국인 인재를 직접 키우는 전략이다. 최근 사회적 수요가 늘어난 돌봄인력, 육아휴직 대체인력, 요양보호사 같은 일자리도 외국인 인력이 갈 수 있는 분야다.
외국인이 '미래잠재형'으로 시작해 '연구교육형'과 '산업활동형' 인재로 성장하는 '외국인 인재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출발은 교육부의 '스터디 코리아(Study Korea)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관련해서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지역혁신을 도모하는 '라이즈사업'도 한창이다. 실제로 많은 지역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건은 외국인 유학생을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취업과 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의 힘만으론 어렵다. 산업과 일자리 정책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협력이 필수고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나아가 외국인 통계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대학의 재정확보수단 정도로 생각하기보다 지역소멸 극복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