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대치맘' 패러디의 힘

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2025.03.04 02:03
임대근(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가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다. 유튜브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대치동 '제이미'의 엄마 '이소담'씨 이야기다. 영상은 사교육에 몰두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과장된 설정과 대사를 통해 풍자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흥미로운 비틀기에 성공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패러디(parody)는 원래 격식을 갖춘 작품을 그럴듯하게 모방하는 문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다. 이제는 기존의 텍스트 또는 사회현상을 변형하고 과장해 비판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표현방식으로 여긴다. 패러디는 유머러스한 내용과 형식으로 사회구조나 특정 계층을 조롱하고 풍자하면서 문제의식을 환기한다.

'대치맘'은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사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는 학부모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대치동은 최고의 학군과 사교육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가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들은 자녀의 학원일정을 철저히 관리하며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코미디 콘텐츠는 유명인사를 패러디하는 데 집중했지만 '대치맘' 패러디는 일상의 특정 계층과 집단을 겨눴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대치맘' 패러디의 성공요인은 뭘까. 첫째, 대중이 공감할 만한 요소를 소재로 삼았다. 대치동의 사교육 실태는 내부와 외부를 막론하고 많은 이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둘째, 상징기호를 통한 과장과 희화화를 보여줬다. 영상은 특정 브랜드의 코트, 학부모의 특정 습관을 골라내 극대화함으로써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셋째, 대중적인 플랫폼을 활용했다. 유튜브라는 접근성 높은 플랫폼에서 짧고 강렬한 영상으로 노출되면서 반향을 불러왔다. TV 방송이라면 결코 다루지 못할 내용과 형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는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런 패러디 콘텐츠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 실제 현실에 대한 논의를 유도하면서 공론장을 형성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기한 '문화자본'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대치동의 교육열은 단순한 학습경쟁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려는 구조적 현상이다. 자녀를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는 행위는 계층이동과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런 패러디가 불편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을 위한 부모의 희생이 비판받아야 할 일인가. 교육 불평등이 여전한 현실에서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조롱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대치맘' 패러디가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은 패러디의 본질과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패러디의 힘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기 어려운 현상을 '무대'에서 비틀기를 통해 드러내는 과정, 그 자체로 생겨난다. 목에 걸린 가시를 뽑아내듯 불편한 지점을 정확히 조준함으로써 속이 후련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무언가 모호했던 감정과 인식이 명쾌하게 바뀌는 효과를 만든다. 패러디는 그런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치맘' 콘텐츠가 교육경쟁을 단순한 희화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가진 어떤 문제의 본질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대치맘' 패러디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교육경쟁과 계층 재생산 문제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패러디는 종종 가벼운 콘텐츠로 소비되지만 사회문제를 조명하고 질문을 던지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이런 콘텐츠는 우리 사회에 대한 더욱 건강한 성찰의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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