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정의이지만, 법률의 실효성과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대법원의 Nix v. Hedden(1893)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관세법상 '채소'와 '과일'의 정의 차이에서 비롯됐는데, 식물학적으로 토마토는 과일이지만 법원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채소로 인식한다는 점을 들어 채소로 분류했다. 이 단순해 보이는 토마토 분류 소송은 현재 가치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관세 차이를 발생시켰으며, 수년간의 법정 다툼과 법률 비용을 초래했다. 이는 법률 용어 하나의 해석이 얼마나 큰 경제적 비용과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법률 문언이 명확하지 않거나 해석의 여지가 있을 때 소송은 불가피한 일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서도 법 조문의 해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상법 개정 논의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법률 해석의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상징적 의미'라는 것은 법률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법률은 강제력을 가진 사회적 규범이며, 하나의 조항이 추가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된다. '상징적'이라는 단어는 실제 법정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모호한 표현은 무수한 소송과 해석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상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음에도, 사모펀드(PEF) 때문에 이사들이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델라웨어 법원의 사례를 보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으며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Frederick Hsu Living Trust v. ODN Holding Corp. 사건에서 법원은 PEF가 포트폴리오 기업을 통해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이사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사들이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한 것이 문제라고 봤으며, 이사들이 회사의 장기적 가치보다는 PEF의 전략적 목표에 맞춰 행동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In re Trados Incorporated Shareholder Litigation 사건에서도 유사한 논리가 적용됐다.
이와 같이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로 한정돼 있는 경우 특정 주주를 위한 행동이 위법일 가능성이 크나, 주주 충실의무가 명문화될 경우 기업 경영진은 특정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다 방어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창출보다는 단기적인 리스크 회피에 집중하게 만들고, 기업의 성장과 투자 결정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며, 이는 곧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결과로 연결된다. 따라서 이사의 의무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런 조항이 도입될 경우 불필요한 소송을 유발하고 기업 경영진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