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년 얼음행성 니플하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미키 17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미키 18이 서 있다. 둘 다 오리지널 미키의 복제품 인조인간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미키 17'의 설정이다.
인조인간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서사시 '변신 이야기'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등장한다. 타락한 여성들에게 실망한 그는 상아를 재료로 한 여성을 조각하고 갈라테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너무나 사랑한 그는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히 기도해 갈라테아에게 생명이 깃들게 하고 결국 그녀와 결혼한다. 이 스토리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겨났다. 그와 대조되는 '골렘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골렘도 유대 설화 속 인조인간이다.
피그말리온 신화의 설정은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에게로 이어진다. 연극 '겨울 이야기'에는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 헤르미온느를 죽게 만든 시칠리아의 왕 레온티즈가 16년 후 왕비의 조각상 앞에서 참회하자 조각상이 살아나서 왕을 용서하는 장면이 나온다. 죽은 것으로 해두고 피신해 있던 왕비가 조각상으로 가장해 서 있다가 살아 움직인 것이므로 실제 인조인간은 아니지만 스토리의 모티브는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2016년 국립극단에 의해 공연됐는데 1톤의 물이 들어 있는 수조를 깨고 쏟아지는 물속에서 왕비가 걸어나오는 장면으로 시각적 충격을 줬다.
피그말리온 스토리는 또 다른 희곡으로 이어진다.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연극 '피그말리온'이 그것이다.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가 가난한 꽃팔이 소녀 일라이자 둘리틀을 고상한 숙녀로 변신시킨다. 히긴스가 피그말리온, 둘리틀이 갈라테아 역할을 맡은 셈이다. 버나드 쇼의 이 스토리는 그후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로 어어진다. 영화 '프리티 우먼'도 이 설정을 모티브로 했다.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도 피그말리온 모티브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 하나의 유명한 인조인간은 호문쿨루스다. 라틴어 호문쿨루스는 유리시험관 속 작은 인간이란 뜻으로 중세 연금술사가 만들어냈다는 인조인간이다. 르네상스기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의 저서 '물의 본성'에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호문쿨루스는 그 정신과 육체가 기술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기술과 지식을 몸에 지녀 아무에게도 배울 필요가 없으며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고 있다고 한다.
독일 극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연극 '파우스트'에 호문쿨루스를 등장시킨다. 메피스토펠레스가 그리스신화에 사로잡힌 파우스트를 데리고 연구실로 가서 호문쿨루스에게 보여주자 호문쿨루스는 파우스트의 상태를 꿰뚫어보고 발푸르기스의 밤축제에 데리고 가면 파우스트가 깨어날 것이라고 조언한다. 파우스트의 전설을 근대화한 토마스 만의 소설 '파우스트 박사'에선 호문쿨루스를 통해 나치즘의 광기를 인간이 만든 괴물에 비유하는 정치적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호문쿨루스도 피그말리온 이상으로 많은 파생 작품에 등장한다.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가 만든 또 하나의 인조인간 스토리 '프랑켄슈타인'도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고 국내에선 뮤지컬로도 여러 차례 제작돼 성공적으로 공연됐다. 인조인간 드라마는 문학과 연극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인조인간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며 영혼 없이 지성만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은 그 불완전한 창조성으로 인해 존재 자체로 비극성을 가진다고 인식됐다. 무엇보다 인조인간은 상상의 산물이었기에 우린 안심하고 그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상상에만 머물 것 같지 않은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