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도시계획은 30~50년을 기준으로 세워진다. 여기엔 기후 변화나 기술 발전같이 현재 당면한 과제가 반영된다. 최근에는 많은 도시가 시장 직속의 기후 대응 부서를 둘 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AI(인공지능) 기반 도시 모델이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스마트시티 기술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은 기술의 변화 등 현재 마주한 문제에서 벗어나 도시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그 기본적인 가치는 건물의 생김새가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 공간과 건강, 교육, 문화 등 삶의 조건과 관련된 것이다. 어떤 가치를 도시에 담을지를 고민하다 보면, 고밀도 개발이나 투기 중심적인 현재 도시보다 자연과 이웃이 함께 하는 과거 형태의 도시가 시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지난 21일 열린 'Nexus 서울 Next100 총괄건축가 파트너스 포럼'에서는 서울의 도시계획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이 제안됐다. 이 포럼에서는 자연, 인간, 인간과 과학의 조화를 주제로 현재 마주한 문제를 넘어 미래 도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첫 기조연설에서 "자연의 도시화에서 도시의 자연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도시 건설이 아닌 공동체 건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세계적 건축가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도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건축가 벤 반 베르켈은 도보로 5분 안에 주요 시설이 있는 '5분 도시' 개념을 서울에 적용해 도시는 밀집시키고 자연은 그 사이를 채우는 구조를 제안했다. 독일 건축가 H 위르겐 마이어는 첨단 기술보다 재활용과 저기술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경가 제임스 코너는 도시의 녹지 공간을 단순한 공원이 아닌 도시 기반 시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국의 교수진도 가치의 관점에서 도시계획의 방향을 언급했다. 구자훈 한양대학교 교수는 오늘날의 도시가 '공원 속의 도시'가 아닌 '주차장 속 도시'로 바뀌었다며 도시계획의 방향성에 대해 지적했다. 맹필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도시의 공공 공간이 소외된 계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웅성 홍익대학교 교수는 한국 전통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문규 연세대학교 교수는 "건축가가 아니라 서울 시민으로서 집 앞에 무엇이 지어질지를 생각한다"며 "시민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터키의 건축역사학자 스피로 코스토프는 도시가 처음부터 계층과 불평등 속에서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 북촌의 한옥도 원래는 상류층을 위한 공간이었다. 도시가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서울 도시계획의 과제는 도시의 겉모습을 어떻게 더 화려하게 만들까가 아니라, 그 안에 어떤 가치와 원칙을 담을까가 돼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했던 과거 도시의 장점을 현재에 맞게 재구성해 새로운 도시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이제는 '도시'라는 틀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을 중심으로 서울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