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지브리 유행, 완성도보단 문화심리 봐야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5.04.09 02:05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지브리 스타일을 포함해 애니메이션 화풍의 생성형 AI 이미지 변환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편으로 실제 모습과 닮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무료와 유료서비스는 차이가 있으므로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이 생성형 이미지 변환 서비스를 이용해 프로필사진이나 게시물을 바꾸는 데는 뭔가 다른 문화심리가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생성형 AI서비스의 성공요건이 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디카)가 처음 나왔을 때 기존 사진예술가들은 그 고화질의 완성도를 중시했다. 심지어 예술미학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원한 것은 고화질의 완성도나 사진미학이 아니었다.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찍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디카조차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 카메라에 곧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즉각적 공유가 디카엔 절대적 한계였기 때문이다.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서 아예 디카는 새로운 세대가 알지도 못하는 유물이 됐다. 다만 스마트폰이어도 모든 사진을 그대로 공개할 수 없었고 최소한의 보정장치는 필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브리 스타일 인기의 심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SNS에 사진을 공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기도 하지만 사생활이나 초상권 침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지브리 스타일은 캐리커처의 딜레마를 잘 극복해준다. 캐리커처 딜레마는 실제와 가상 사이의 괴리다. 사람 모습을 만화풍의 캐리커처로 그려주는 사람이 의뢰인을 매우 닮게 그려주면 곤란해진다. 사실 모두 미남미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닮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멋지고 예쁘게만 그려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에서 캐리커처는 인기가 없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브리 스타일은 이런 한계를 돌파했다. 그대로 사람을 묘사하는 데서 벗어나 포인트를 잡아주는 캐리커처를 지향하면서도 만화영화 주인공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밝고 환하고 따뜻해서 기분을 낫게 만들어준다. 더구나 의뢰자의 요구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피드백한다. 이렇게 사람들과 같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족할 뿐이다. 근래에 스마트폰 카메라의 렌즈 수로 사실감을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어서 인물사진엔 적합하지 않았다.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너무 사실적일수록 혐오감이 생기므로 자신의 사진이 그렇다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기미, 주근깨, 여드름까지 다 상세하게 찍을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은 달을 촬영할 때나 좋다. 더구나 보정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SNS에 공유하고자 한다. 지브리 스타일은 적당히 감출 건 감추고 아름답고 예쁘게 부각하는 점이 다르다. 더구나 심슨 스타일은 매력이 덜하고 정서에 맞지 않고 디즈니는 유아적인 만화스타일 같지만 지브리는 어른과 아이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동심(童心)이 작동한다.

요컨대 한국 사회에선 완성도나 사실성은 생성형 AI 콘텐츠를 만들고 나누는데 궁극의 기준이 아니며 자신을 포함한 관계성의 돈독함을 위한 일상 소통에서 중요하게 쓰이면 된다. 이러한 맥락들이 앞으로 생성형 AI서비스 개발에서 우선 고려돼야 할 점이다. 흔히 언급되는 놀이나 유희, 재미라는 요소도 중요할 수 있지만 자신을 적절히 드러낼 수 있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수단에 추억이 어린 어떤 사진이나 콘텐츠에 바탕을 둔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과 누군가의 삶의 스토리 확장을 통한 재(再)충족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품질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유료화하면 실패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