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마치 종교가 된 것 같아요.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AI라는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귀국해 창업한 스타트업 A사 대표의 말이다. 과거 지자체나 기관, 기업들이 앞다퉈 억대의 거액을 투자하고도 실사용자가 없어 무용지물로 전락한 앱(애플리케이션)이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이 많은데 현재 AI서비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나 산하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는 A사 대표는 "그들도 돈이 안되는 걸 안다. 하지만 AI사업은 이미 종교가 돼버렸다. 누구 하나 반대한다고 될 상황이 아니다. 실제 돈이 되는 사업보다 소위 '힙하게' 보이는 걸 더 중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 B사 대표도 "바른 목소리를 낼 경우 이후 (심사위원으로) 불러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박수만 친다"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이달에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AI에 대한 민간부문 투자는 미국이 1099억8000만달러로 전년(672억달러)보다 63% 증가했다. 중국은 92억9000만달러로 전년(72억6000만달러)보다 28% 늘었으나 미국과 격차가 1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한국의 투자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할 수준도 못되지만 줄어들기까지 했다. 지난해 13억3000만달러로 전년(13억9000만달러)보다 다소 감소하면서 조사대상 투자규모 순위에서도 9번째에서 11번째로 밀려났다.
AI시장은 사실상 자본력 싸움이 됐다. 투자금액만 비교하면 한국은 끼어들 수 없는 시장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여기에 A사 대표는 명쾌하고 단순한 답을 내놨다. 그들과는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현재 미국과 중국이 놓치고 있는 핵심사업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특히 철저히 돈이 되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1948년 금맥을 찾아 미국 캘리포니아로 몰려온 사람들을 상대로 곡괭이와 청바지를 팔아 큰 수익을 낸 사람들처럼 거대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AI시대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는 얘기다. 이마저도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레드오션이 된다.
그런데 한국인 특유의 '폼생폼사'가 걸림돌이 된다는 게 A사 대표의 지적이다. 금맥을 찾아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곡괭이나 천막, 청바지를 파는 장사꾼은 전혀 폼나지 않기 때문에 돈 되는 일인지 알면서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뚜렷한 수익모델이나 목적 없이 일단 AI를 접목해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기관·기업들이 있어서 문제다. 일부 상장사는 투자유치나 주가상승을 목적으로 AI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에 투자한다고 홍보한다.
물론 AI 수익화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통신사와 IT(정보기술) 인프라 솔루션 기업들이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올해 각각 '에이닷'(A.)과 '익시오'(ixi-O)를 유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챗GPT'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 대화형 AI서비스와 결합을 통한 유료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든 사업은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얻을 수 있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투자 대비 수익이 많아야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 최초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의 수장 일론 머스크는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사업을 민간 주도 사업으로 바꾸며 '민간우주시대'를 열었다. 이는 과거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기만 한 우주산업이 돈을 버는 산업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스페이스X는 로켓발사 대행뿐 아니라 저궤도 위성 인터넷서비스 '스타링크'를 선보이며 안정적인 수익도 창출한다. 빠르면 올해 6월 국내에서도 저궤도 위성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 산업이 접목되는 AI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 글로벌 AI기업들이 아직 손대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핵심기술을 찾아야 한다. AI 연구·개발에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