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략적 자산 배분'의 경쟁 체제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2025.04.24 04:06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논의에서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는 핵심 과제다. 향후 20년간 기금 운용 수익률을 1%만 높여도 보험료 2%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해외 유수 연기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 기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며 핵심 방안으로 기금 분할 운용을 통한 '전략적 자산 배분(SAA)'의 경쟁 체제 도입을 제안한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수익률의 95% 이상을 좌우하는 SAA를 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SAA는 평가의 대상도 아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연기금에 비해 낮은 수익률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익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SAA에 대해 책임지고 평가받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기금운용위원회의 권한을 다시 정립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와 유사한 상임위원회로 독립시키고 SAA 결정 권한을 운용 조직에 이양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독립적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장기 투자의 기준이 되는 기준 포트폴리오(RP)를 설정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구체적인 SAA는 분할된 운용 조직에 이양해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위원회는 분할된 운용 조직들의 성과를 RP대비 얼마나 잘 했는지 평가하고 리스크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기금운용 조직을 분할해 경쟁적인 운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각 조직이 기금운용위원회가 설정한 RP를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SAA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 운용 기관은 RP 벤치마크 초과를 목표로 다양한 자산 배분 모형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산군 분류 또한 획일적일 필요가 없다. 이러한 경쟁적인 운용 시스템은 SAA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금을 분할하면 각 운용 기관은 SAA 역량 강화를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경쟁 효과가 극대화돼 전반적인 수익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한 기금에는 유능한 해외 전문가 CIO를 유치해 메기역할을 기대할 수 있고 각 기금별 운용 전략의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기금 분할 운용은 자본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거대 단일 기금의 경우 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렵고 대규모 매매로 인해 시장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지만 기금을 분할하면 보다 유연하게 투자 비중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분할된 기금들의 자산군 분류가 동일하지 않으므로 전략적 자산 배분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으며 매매 타이밍 분산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기금 분할 운용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의 결정적인 열쇠는 SAA 역량 강화다. 전문가에게 SAA의 전권을 부여하며 책임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혁신을 이루어 보험료 2% 인상효과를 능가하는 기금 운용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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