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아청소년과를 향한 응원

박정렬 기자
2025.05.08 04:30

의정갈등 이후 소아청소년과는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무너진 상황에 이례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백일해·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이 연속 유행하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과중한 업무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동네 의사'들 덕분에 아이들의 건강과 웃음도 지킬 수 있었다.

소아청소년과는 기피과가 된 지 오래다. 의사치고 연봉도 높지 않은 편인데다 까다로운 부모의 요구를 일일이 맞춰주지 않으면 소위 '찍히기' 십상이어서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피하기도 어려운 진료과다.

그러나, 필수의료의 위기에도 소아청소년과는 오히려 희생하고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도 의정부의 튼튼어린이병원은 최용재 병원장이 사비 약 20억원을 투자해 최근 소아중환자실을 구축했다. 52개 병상을 갖춘 이 병원이 3개 병상을 중환자실로 뺀 것 자체가 적자를 감수한 선택이다. 일반 환자를 그만큼 못 받는 데다 병상을 비운 채로 '상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우리아이들병원(구로)과 성북 우리아이들병원은 4월부터 24시간 진료 시스템인 '친구클리닉'을 시작했다. 의사부터 간호·보안·의료기사 등 전담 인력이 각각 10명 넘게 새벽 근무를 선다. 주사, 혈액과 소변검사, X선 및 초음파 검사 등을 실시하며 필요한 경우 입원도 가능하다. 응급 환자 수가 많지 않은지라 역시 경영 측면에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도,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도 자신의 선택이 '고육지책'이라며 몸을 낮춘다. 아픈 아이들이 갈 곳이 없는데 상태가 나빠지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어 직접 해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환자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결단은 의료공백의 불안에 떠는 국민에게는 안도감과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관련 기사마다 빼곡히 달린 감사와 응원의 댓글이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중 1명은 아이와 관련이 없는 일반 병·의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진료한다는 연구가 최근 나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환자를 위해 '뭐라도 하겠다'고 나서는 의사가 있다면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 희생에 충분한 보상이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필수의료가 산다. 떵떵거릴 수 있을 만큼 성공한 소아청소과 의사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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