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상향하면서도 금리는 올리지 않았다. '반도체 특수'가 만들어낸 지표의 착시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이라는 명확한 긴축 시그널을 보냈다.
1분기 실질 GDP가 1.7% 깜짝 성장한 것은 반도체 덕분이다. 신 총재는 중동 전쟁이 올해 성장률을 0.4%p 낮추겠지만 강력한 반도체 경기와 IT 수출 확대가 이를 0.7%p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제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싸늘하며 이러한 'K자형 양극화'가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한 핵심배경이다.
한은은 일부 IT 대기업 주도의 회복 국면에서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최근 논란이 된 삼성전자 성과급과 관련해 "성과급 등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늘리면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계했다. 거시 지표만 보고 당장 금리를 올렸다가는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키고 가계부채 뇌관을 자극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신 총재는 "물가나 성장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도 '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금통위원 2명은 2.75% 인상 소수 의견을 냈다. 6개월 후를 내다보는 점도표에서 전체 21개중 10개의 점이 연내 2회 인상을 의미하는 3.00%에 찍혔다. 한은은 1500원대 안팎의 원·달러 환율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단호한 대처 방침을 밝혔다.
한은은 이번 동결이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하는 잘못된 신호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금리 인상 시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 통화 당국이 긴축을 공식화하면서도 시간을 벌어준 만큼 정부는 거시 지표 호조가 서민 물가 폭등의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물가 안정 대책과 취약계층을 위한 미시적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