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서울에선 온통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얘기뿐이다.
그런데 시의원은, 구의원은 어떤가. 우리 동네 후보 이름을 묻는 순간 말문이 궁색해진다.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물며 경력과 의정활동이 기억에 남아 있을 리 없다. 지난 4년 우리 동네를 대표했다는 지방자치단체 현역 의원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지방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방선거의 꽃은 광역단체장이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어느 정도 조명을 받는다. 그러나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는 대개 정당 기호 뒤에 숨는다. 정당만 보고 줄줄이 찍는 '줄투표' 성향 탓이다.
이 구조는 공천권을 쥔 지역 실력자에게 유리하다. 시의원과 구의원은 지방자치의 대표자이면서도 공천권자의 선거 기반으로 묶이기 쉽다. 지구당은 사라졌지만 지역 정치의 생활 조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역할이 지방의회 안으로 옮겨왔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지방의원 모두를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지역 골목을 누비고 예산서를 붙들고 밤새는 지방의원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의원을 유권자가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름을 모르니 성과를 알 수 없고 성과를 모르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시민의 무관심 탓으로만 돌리면 해법도 사라진다. "관심을 가지라"고 훈계한다고 조례 발의 내역과 예산 심사 기록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는 선의에만 기대는 제도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작금의 지방자치가 주민의 대표성을 넓혀왔는지, 아니면 주민이 알기 어려운 선출직과 공천 질서만 키워온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을 넘긴 만큼 성과뿐 아니라 시행착오와 부작용도 함께 평가할 때가 됐다. 이름도 모르고 역할도 알기 어려운 선거가 반복된다면 직접선거라는 형식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곧 투표용지를 받는다. 시장과 구청장, 교육감을 고른 뒤엔 익숙한 기호 옆의 낯선 이름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 낯섦은 유권자의 게으름 탓이 아니다. 사람을 보지 못하게 만든 제도의 결과다.
문제가 드러났다면 고쳐야 한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출 방식, 생활권 변화에 맞는 자치 단위까지 논의의 문을 열어야 한다. 법률로 고칠 수 있는 것은 법률로 고치고, 헌법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 개헌 논의의 의제로 올려야 할 것이다. 정녕 당신의 시의원은 안녕하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