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와 'K-기업가정신'[우보세]

정진우 기자
2025.06.24 05:5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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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06.13.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농심의 창업자이자 '라면 왕'으로 유명한 고(故) 신춘호 회장은 2012년 생수 사업을 시작했다. "물로 무병장수를 염원한다"며 '백산수'란 브랜드를 내놨다. 신라면과 육개장사발면 등 '주식(主食)'과 새우깡과 각종 과자를 포함한 '간식(間食)'으로 식품업계 맏형 역할을 한 농심이 '물'이란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2015년 중국 지린성 이도백하 지역 백두산 자락에 대규모 생수 공장을 지었다. 이곳에선 매년 63만톤의 생수를 생산한다. 10여년동안 누적 매출은 1조1000억원을 넘어섰고, 34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도 뚫고 있다. 이제 생수는 '라면·과자 명가' 농심의 미래 성장동력이 됐다.

농심 관계자들은 신 회장의 '기업가정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엔 이미 생수 회사들이 많았고, 관련 시장은 레드오션이란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 건강을 위해 프리미엄 생수가 필요하다며 미래를 내다봤다. 신 회장은 당시 "농심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백산수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한 뒤 "백두산의 좋은 물을 온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도백회에 세계 최고 설비의 물공장을 만들었다"면서 "이제 세계인 누구나 백두산 물을 마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 어선 1척으로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일군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자신의 성공 요인으로 '기업가정신'을 꼽는다. "꿈꾸는 동안엔 영원히 청년"이라며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독려한다. 호기심을 갖고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개인이든 사회든 쇠퇴한단게 그의 지론이다.

김 명예회장은 2008년 세계 최대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동원산업은 물고기를 납품하던 회사에서 세계 참치캔 1위 업체가 됐다. 아울러 그룹은 그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수산물 가공업 외에 물류와 축산, 가정간편식, 1차전지 소재 부품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은 경기침체와 관세전쟁, 중동전쟁 등 3중고에 처한 현재의 기업인들에게 꿈같은 얘기다. 그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생존에 급급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성장'을 강조하며 기업인들을 다독인 배경이다. 그러면서 지난 13일 대기업 총수,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기업가정신이 살아 움직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명칭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꾸고 기업가정신을 중시하는 하준경 한양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하 수석은 경제 성장을 위해 창조적 파괴와 기업가정신 등을 강조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한 학자다.

우리나라에 다시 기업가정신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려면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기업 현장에 녹아들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철폐, 상속세 완화, 연구개발(R&D) 세제지원, 주52시간제 개선 등이 절실하다. 이재명 시대에도 제2의 '신춘호'와 '김재철' 등과 같은 창업가가 줄을 잇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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