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이 오병이어 되려면[광화문]

양영권 증권부장
2025.07.08 04:30

일요일 오후, 여름용 면바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가족 나들이가 됐다. 아울렛에서 바지를 구매하고 기장을 수선하기 위해 맡겼더니 한 시간 걸린다 한다. 마침 출출하던 배를 채울 시간으로 충분해 도넛 가게를 검색해 찾아갔다. 몇 개는 그 자리에서 냉커피와 함께 먹고, 남은 걸 싸 들고 나오는 길. 아울렛 옆에 홈플러스 건물이 보였다. 딱히 살 것은 없지만 구경이나 하자고 들어가니 내가 알던 그 대형마트가 아니었다.

손님이 가장 많아야 할 1층엔 1만원·2만원 균일가 땡처리 등산복과 청바지가 걸린 옷걸이가 사열하듯 넓은 매장을 채웠다. 옷들은 저마다 부담스럽게 알록달록했고, 옷을 고르는 손님은커녕 점원조차 볼 수 없었다. 한 구석 다이소 매장에만 계산대 앞에 손님이 줄을 섰다.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여 있고 복합상영관까지 있는 대형마트였다.

그날 본 대형마트의 쇠락은 기본적으로 쿠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쇼핑으로 소비가 옮겨간 영향이 크다. 그런데 정치권마저 고사를 부추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휴업하게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2012년 도입됐는데 일부 지자체들이 평일 휴무를 허가하는 조례를 제정하자 이를 막기 위한 법이다. 진보당은 한술 더 뜬다. 복합쇼핑몰·백화점·아울렛·면세점까지 의무휴업일을 도입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을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의무휴업일을 주중으로 바꾼 대구와 충북 청주는 마트 주변 상권의 주말 평균 매출이 3.1% 증가했다는 분석이 있다. 골목상가와 대형마트는 한 곳의 수요가 늘면 다른 곳의 수요가 줄어드는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 수요가 증가하는 보완재다.

나로서는 만약 저 법들이 다 통과돼 일요일 오후 아울렛과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면 전통시장 가는 대신 쿠팡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호에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라. 그것은 사물의 이치와 같아서 당신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동안 유통산업발전법은, 사실은 배달산업성장법이었음을 잊지 말자. 근로자에게 주말 휴식권을 보장하는 목적도 있다고 하지만 일부 노조조차도 임금 삭감을 우려해 반대한다. 주말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주말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를 살리려 나랏빚까지 내서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또한 아쉬운 대목이 있다.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 백화점 등은 제외됐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돕자는 취지라고 하지만 대형마트 공간을 임차한 소상공인 매장도 사용 대상이 아니다.

13조8000억원이 적은 돈이 아니지만 그 돈 자체로는 지역경제와 민생을 살리기는 역부족이다. 기본적으로 이전지출이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효과는 정부 직접 소비나 정부 투자에 비해 크지 않다. 최대의 효과를 내려면 아울렛이든 대형마트든 일단 가서 근처 도넛 가게도 가고 극장 구경도 하게 해 소비가 주변에 퍼지게 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나 대형마트면 어떤가. 이들 기업도 잘 돼서 주가가 상승해 '코스피5000'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한다면 효과가 자본시장까지 미칠 것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기독교 경전에 나오는 얘기지만 비기독교인도 잘 알고 있다. 군중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나눠줬더니 5000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이 바구니 열두 개에 찼다. 예전에 교회 신부님이 들려준 건 이렇다.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자신이 먹기 위해 싸 온 떡과 물고기를 내놓으니 옆에 있는 사람들도 혼자 먹기 위해 감춰놨던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도 먹고 옆에 있는 사람과도 나누니 연쇄적으로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곧 동참의 기적이다. 민생지원금이 기적처럼 소비 회복을 끌어내려면 국민의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만약 가계 소비에 영향을 줄 법과 제도를 만든다면, 동참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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