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
최근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제기한 임대료 감면 조정 절차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가 밝힌 입장이다. 법원이 감정평가까지 명령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공사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입찰로 정한 임대료를 임의로 깎아주는 건 법적 근거는 물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질서 훼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면세점업계의 절박함도 외면할 수 없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공항면세점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 트렌드와 더해 새로 도입한 '수요연동제'가 부메랑이 되면서 외국인관광객 수가 늘수록 손해는 더 커지고 있어서다. 면세점은 더 이상 황금알 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인천공항을 떠받치는 수익 구조다. 인천공항의 전체 수익 중 면세점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 히드로공항이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의 경우 항공수익이 60%에 달하지만 인천공항은 30%에 불과하다. 면세점 임대료가 인천공항 운영의 '재정 버팀목'인 셈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적 압박과도 연결돼 있다. 정부의 통제 속에 인국공은 공항사용료를 20년째 1만70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영국 히드로공항 이용료는 9만3000원으로 인천공항보다 5배 이상 높고 일본 나리타공항도 3만원이 넘는다. 인국공이 면세점 임대료에 의존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나마 면세 산업 잘 나갈 때는 견딜만하다. 지금처럼 생존 문제를 고민하는 상황에서는 다르다. 임대료가 면세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면 인국공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실제로 면세점이 망하면 공항 수익이 줄어 시설 투자나 서비스 개선도 더뎌지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법정 다툼이 아니다. 공항 수익모델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면세점만 탓할 일도, 인국공만 몰아붙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거위(면세점)의 배를 갈라서도 안된다. 정부는 공항사용료의 현실화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인국공은 면세점 임대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면세점업계도 혁신을 전제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묘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