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미국 관세 협상, 왜 중국엔 유화적일까?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5.08.04 02:05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월 말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장관급 협상에서 기존 관세유예를 8월12일 이후에도 90일 추가 연장키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남았다곤 하지만 동맹국인 일본·유럽연합·한국 등엔 예고한 고율관세를 발효하면서 왜 중국엔 유화적일까. 전쟁이라면 끝까지 맞서겠다는 중국의 결사항전 정책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경제·정치적 복합요인이 깔렸다고 본다.

첫째, 미국 경기의 급속한 하락을 꼽는다. 지난 5월12일 미중이 각기 관세율을 115% 인하키로 전격 합의한 이유도 미국의 경기급랭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성장률(전분기 기준)이 지난해 4분기 2.4%에서 올해 1분기 -0.3%로 급전직하했는데 시장에선 이를 트럼프 관세의 직접적 영향으로 평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중국은 5.4% 성장하며 정부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문제는 시간이 가도 사태의 반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OECD는 고관세율 유지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2%에서 1.6%로 하향조정했고 중국은 5%에서 4.7%로 낮췄다. 한마디로 미국이 관세충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로 중국을 제압한다는 정책이 되레 미국의 발목을 잡는 셈이 됐다.

둘째, 중국과 무역에서 피해가 심한 쪽도 미국 기업이란 평가다. 중국 내 해외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이 7만여개사(28%)로 가장 많다. 애플, 테슬라, 포드 등이 중국 현지생산과 공급망에 의존하고 이들 미국 기업끼리 거래만 미중 무역의 40%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145%의 관세를 매기면 미국 기업의 공급망 붕괴를 피할 수 없다. 부품조달의 어려움으로 생산차질은 물론 미국 내 고용과 주가에도 충격을 준다. 올해 1~5월 대중 무역적자(1020억달러)가 지난해 동기(1177억달러) 대비 약 13% 감소하긴 했지만 기업들이 입은 타격과 생산, 고용 등에 미친 영향까지 고려하면 손해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셋째,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다. 우선 중국 제품에 대한 고관세는 항만노동자, 트럭운전사 등 블루칼라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컨테이너선이 줄면서 물류·일자리도 감소했다.농민층도 중국의 보복관세로 수출피해가 커진다. 문제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란 점이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은 하원에서 36석을 잃었는데 이 중 최소 5석이 대중 관세정책 여파라고 한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다는 위기감이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우선 장관급 협상의 추가유예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맹국엔 관세를 강행하고 중국엔 유예한다면 정치적 명분이 무너지고 국제적 비판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다음을 예상한다. 조건부 연장안이다. 예컨대 중국이 희토류 수출규제 완화, 반도체 수출관리 협조, 러시아 제재동참 등 전략적 조건을 수용하면 관세유예를 연장한다는 식이다. 무조건 양보가 아닌 미국 안보이익을 위한 협상'이란 포장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선별품목 연장안이다. 미국 기업 의존도가 높은 품목만 유예를 연장하고 나머지는 종료하는 방식이다. 중국과 협상은 유지하되 '강경태도' 메시지는 살릴 수 있다. 시간제 유예안도 생각할 만하다. 유예기간을 기존 90일보다 짧게 설정하거나 매월 갱신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트럼프의 재량권을 넓히는 방안이 그것이다. 중국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위협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아무튼 미국의 관세정책은 초반엔 강경 일변도였지만 지금은 중국의 정면승부와 자국 경제의 타격으로 전략적 후퇴를 고려하는 국면이다.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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