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전한길에 휘둘리는 국민의힘

이태성 기자
2025.08.13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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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2025.08.08.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자들만큼이나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본명 전유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정당했고 탄핵은 부당했다고 주장하는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씨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열혈 추종자들을 등에 업은 그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 어렵다.

계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전씨의 목소리는 지난 5월까지는 분명히 국민의힘과 별개였다. 당내에도 전씨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국민들은 전씨와 국민의힘이 함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씨의 입당을 계기로 국민들은 전씨와 국민의힘을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당 대표 후보자들 중 일부가 전씨 세력을 끌어안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어지러워졌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전씨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나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당을 받아주겠다'거나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을 바로 면회 가겠다'고 하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당 대표 후보자를 뒤에 업은 전씨의 영향력은 국민의힘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시점 이후부터 '전한길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당 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사상 검증'(?)을 위한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됐다.

국민의힘이 전씨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윤희숙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인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을 당헌·당규에 수록하라'는 제안을 수용했다면, 전씨의 입당 사실을 확인했을 때 빠르게 조치를 했다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후보자들이 전씨와 스스로 거리를 뒀다면, 국민의힘 전체가 그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전씨가 입당했고, 일부 당 대표 후보자들이 전씨를 끌어안으면서 지금과 같은 '전한길 전당대회'가 펼쳐졌다.

전씨로 인해 국민의힘은 다시 계엄과 탄핵의 늪에 빠지게 됐다.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전씨는 혁신을 외치는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칠 것을 선동했다. 이제와서 국민의힘이 전씨를 징계한다고 국민들이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전씨와 국민의힘을 별개로 인식할까.

전씨가 존재감을 뽐내는 동안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8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16%를 기록했다. 대선 직전(31%)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더불어민주당(44%)과는 차이가 현격하다. 대구·경북(TK)에서조차 지지율이 23%로 민주당(37%)보다 14% 포인트 낮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일부 강성 지지자를 앞세운 전씨의 목소리에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끌려다닐까.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국민의힘이 전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오랜 기간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당 내부에서도 전씨와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한 개인에 휘둘리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보수정당의 모습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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