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란 시장의 평가기준이나 인식이 달라져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 즉 PER나 PBR를 적용받는 현상이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언급한다. 개별 주식의 경우 전방시장의 변화, 사업영역의 확장 같은 성장성의 변화 외에도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 경영권 분쟁, M&A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전체에 대해서도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할 수 있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결국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된다'와 개념적 동치다. 해외 주식시장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곧 한국 주식시장이 기존 추세와 다른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고 그 이익 증가분만큼 주가가 오른다면 여전히 디스카운트, 혹은 저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3개년 추정의 영역을 벗어난 미래 이익증가라면 기업의 성장성 변화와 마찬가지로 밸류에이션의 영역이다. 하지만 미래이익과 현금흐름의 변화는 결국 한국의 성장전망이므로 '세계 최강의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국정과제와 같이 장기 이슈다. 흔히 상법 개정으로 대별되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도 중요하지만 법 개정에 뒤이은 판례의 정착과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기에 역시나 장기 이슈다. 따라서 중단기적으로 리레이팅은 발표된 정책과 지정학적 사건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가는 중단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유상증자와 IPO인 주식시장의 공급은 중단기적으로는 일정하다. 하지만 수요는 뉴스, 심리, 경제데이터에 따라 빠르고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 리레이팅은 주로 수요 주도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급요인이나 거버넌스의 변화는 새로운 밸류에이션 수준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화하거나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시장의 리레이팅 동력은 수요에서 비롯되며 그 수요는 결국 투자심리에 좌우된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과 규제 프레임워크는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늘 저평가됐고, 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헛되게 언급된 금융주들의 상승 계기가 '밸류업' 정책의 발표였다는 점이 좋은 근거가 된다. 은행들의 주주환원은 꾸준히 증가 추세였지만 밸류업이 추진되면서 투자자들의 믿음이 변화한 것이 주가 재평가를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성장기반을 확충하려는 정책은 당연히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수기반 확보와 조세형평성 제고는 물론이다. 하지만 적절한 '수순'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제고하는 것이 요원해진다. 성장에 자금을 대려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져야 하는데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려면 긍정적 전망의 주식수요가 증가해야 하고 이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주식은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야 오른다. 5년은 결코 짧지 않고 주식투자자들의 심리는 매우 섬세해서 쉽게 다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