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 절대로 가지마라. 오늘 오후 3시에 폭파된다."
지난 5일 오후 12시30분쯤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이런 내용의 '테러 협박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이 퍼지자 수백 명의 경찰이 현장에 긴급 출동했고, 당시 백화점에 있던 고객과 판매 직원 4000여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폭발물을 찾기 위해 경찰특공대와 소방관 등 240여명의 정예 인력이 투입돼 1시간 30분가량 백화점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없었다.
경찰은 이 게시글을 올린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조사해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제주시에 거주하는 범인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협박 글을 올린 범인은 중학교 1학년 A군이었다.
이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3시간 영업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액은 5억~6억원대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수백 명의 경찰·소방 인력이 출동하면서 상당한 공권력이 낭비됐고, 대피 소동에 따른 고객 불편과 훼손된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적잖다.
그런데도 '촉법소년'인 A군에겐 별다른 책임을 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은 법을 어겨도 형사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A군은 형사처벌이 아닌 사회봉사나 소년부 송치 등 보호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조사가 마무리되면 법원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일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던 신세계백화점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회사 측에 A군의 신상을 전달하지 않아서다. A군에게 적용된 혐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중협박죄'인데, 신세계백화점이 아직 피해자로 특정되지 않았단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설명을 듣고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공중협박 사건이 벌어져도 피해자 특정이 어렵다면 앞으로 협박 글의 타깃이 되는 건물 소유주나 운영사는 피의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공중협박죄'는 피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첫 단추부터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제기된다. 지난 5월 영등포구에서 부탄가스로 만든 사제 폭탄을 들고 시민들을 위협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은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지적 장애가 있고 반성한단 점을 고려했단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A군과 그의 행실에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부모도 이런 판례와 법의 빈틈을 알기 때문에 아직 신세계백화점 측에 사과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촉법소년 제도 개선은 물론 공중협박죄 적용 규정도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이미 이 사건 직후 주말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종합쇼핑몰이나 콘서트장 등 대형 공중 시설이 테러 협박 '모방 범죄'의 타깃이 됐다. 철없는 소년의 장난으로 얼렁뚱땅 넘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