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M&A 과정에서 이용자 보호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25.09.11 02:05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업 M&A(인수·합병)는 기업 간의 자본적, 인적, 조직적 결부를 통해 기업활동을 단일한 관리체계에 통합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경제적인 독립성이 소멸되는 과정이다. 합병, 영업양수 등이 사례인데 이는 기업의 성장이나 시장지배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며 그 외 한계기업의 정리 및 시장퇴출을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런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 중 하나가 인수 대상 기업의 이용자 보호다. 이용자는 기존 기업과 약관 등을 통해 계약하고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는데 M&A 이후 인수 주체가 이용자의 기존 계약상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인수기업은 인수에 들인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품질을 저하하거나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변경, 요금인상 등을 시도할 유인을 가진다.

정부의 허가 등을 받은 사업을 인수하는 경우 정부가 면허 이전의 인가를 통해 동 인수의 적법성, 적정성을 심사하면서 이용자 보호조치도 심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 제2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M&A 인가 시 경쟁촉진, 이용자 보호, 기술발전, 국민경제 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규정했고, 특히 제4호엔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있다. 상법 원칙상 영업양수도, 합병의 경우 포괄적으로 권리, 의무가 승계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이전에 동의절차가 필요 없지만 예외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은 양도인 등이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이전 사실을 통지하도록 했고 나아가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이전을 원하지 않는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도 부여했다. 개인정보도 영업자산에 포함되지만 개인정보의 인격권적인 성격을 인정해 계약으로부터 탈퇴의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규제산업이 아닌 일반적 기업결합 심사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데 동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독과점으로 인한 경쟁제한을 방지해 이용자 후생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업결합으로 시장경쟁이 줄어들면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저하, 그리고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쟁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적, 행태적 조치를 기업결합 인가의 조건으로 부과한다.

최근 국내 1위 항공사가 2위 항공사를 합병하면서 항공기 이코노미석 배열을 '3-4-3'으로 변경함으로써 좌석 폭이 약 1인치(약 25.4㎜) 좁아진 데 대해 요금은 그대로인데 공간이 줄었다는 점에서 소비자 반발이 거세다. 항공사 측이 앞으로 10대 항공기에 대해서는 기존 '3-3-3' 배열을 유지키로 했지만 이런 이용자 이익침해 결정을 한 것이 놀랍다. 또 최근 골프장 M&A 시 기존 회원들의 예약권을 제한하는 등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많다.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르면 양수인은 양도인의 회원권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했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은 M&A를 통해 비용절감,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다. 다만 이런 효율성 추구가 인력감축, 서비스 축소, 요금인상 등으로 이용자에게는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용자는 계약상 약자다. 대부분 서비스가 표준계약 내지 약관 형태여서 이용자는 협상력이 전무해 계약해지 외엔 선택지가 없다. 즉, 정보 비대칭, 교섭력 불균형 때문에 이용자의 권익이 쉽게 침해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규제당국과 경쟁 및 소비자당국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보호법이 개별 산업에서 이용자 보호에 취약하다면 항공, 스포츠 등 규제산업별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지행위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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