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부조직 개편빈도는 선진국 클럽인 OECD 평균을 훨씬 웃돈다. 거대야당의 반대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좌초된 윤석열정부를 제외하면 1987년 이후 집권한 7개 정권에서 중앙정부 부처의 신설·통폐합 또는 그에 준한 기능조정 사례는 80건을 넘는다.
집권 100일을 넘긴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조직개편안은 기대보다 우려를 자아낸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진숙 추방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위원회 폐지안이다. 20년 가까이 별 탈 없이 운영된 방송통신위원회를 해체하고 기능적으로 유사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이유가 궁색하다.
공룡부처라는 비판을 받아온 기획재정부를 손보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금융감독위원회 체계로 바꾸겠다는 구상은 그 의도가 불투명하다. 특히 신설되는 기획예산처의 예산권한이 사실상 대통령실의 통제를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검찰청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쪼개지고 환경부는 에너지업무를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공룡부처가 된다. 범죄수사와 기소, 환경규제와 에너지안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이들 기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3년 전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삼안오불(三安五不)과 칠전구기(七戰九氣)라는 표현을 소개했다.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국방부, 법무부, 외교부 같은 세 글자 부처는 '안심'이지만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다섯 글자 부처는 '불안'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처럼 일곱 글자 부처는 말 그대로 전전긍긍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한 지붕 세 가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장 긴 이름 탓에 기가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단 한 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은 부처는 국방부와 법무부뿐이다.
특히 경제부처는 끊임없이 요동쳤다. 김영삼정부 시절 박정희 시대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체계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지만 김대중정부에선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기획예산처로 다시 분리됐다. 이명박정부 때는 재정과 예산을 다시 합쳐 지금의 기획재정부를 만들었지만 이번 개편안은 또다시 둘로 갈라놓겠단다. '기획·예산'과 '조세·재정'을 붙였다 떼는 무한반복의 굴레에 갇혔다.
신설 예정 부처들의 이름이 요란스레 길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허청과 통계청의 승격으로 탄생하는 지식재산처와 국가데이터처, 여성가족부를 개편한 성평등가족부까지 포함하면 평균 글자 수가 여섯 글자를 넘는다. 이름이 길수록 공무원들의 불안(五不)은 커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전긍긍(七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섣부른 조직개편은 독이 든 성배다. 국민은 이번에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지만 레고블록처럼 떼었다 붙이는 보여주기식 개편은 오히려 행정부를 병들게 한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내란재판부 설치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삼권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부디 그 독배를 스스로 들이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