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일명 '마약왕' 박왕열씨를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로 송환했다. 법무부는 필리핀에서 복역 중에도 공범들을 통해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유통·판매한 혐의를 받는 박씨의 신병을 즉시 수사기관에 넘겨 국내 마약 유통 조직 및 범죄수익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법무부·외교부·국가정보원·검찰·경찰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태스크포스)는 25일 필리핀으로부터 박씨를 임시인도 받았다고 밝혔다. 임시인도는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국가가 자국 내 수사와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상대국이 현지 재판이나 형 집행 절차를 잠시 멈추고 신병을 넘겨주는 제도다.
상대국이 이미 형 집행이 진행 중인 중범죄자를 넘겨주는 일은 매우 드물다. 원칙적으로는 한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필리핀 사법 절차가 끝나야 박씨를 국내로 송환할 수 있다. 현지에서 선고받은 형기를 마친 뒤에야 인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양국이 합의할 경우 임시인도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했던 이번 송환의 성사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아래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중심으로 법무부·외교부·국정원·검찰청·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벽을 허물고 힘을 모아 협력한 결과"라고 밝혔다.
정부가 송환을 서두른 이유는 박씨의 범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무부는 "박씨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하더라도 박씨의 국내 마약 유통 등 범행을 방치할 경우 사법정의 훼손과 함께 다른 해외교도소 수감자들의 모방범죄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신속한 송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징역 52년에서 60년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그러나 수감 중에도 한국 내 마약 유통에 관여하고 현지 교도소에 애인을 부르는 등 호화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과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다.
이번 신병 확보는 정상외교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박씨의 임시인도를 직접 요청했다. 이후 관계 부처가 필리핀 당국과 협의를 이어간 끝에 약 1개월 만에 신병 확보가 이뤄졌다.
법무부는 박씨를 국내 수사기관에 즉시 인계해 마약 밀수·유통·판매 혐의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수사의 초점은 박씨 개인의 혐의 입증에 그치지 않고 필리핀과 한국을 잇는 마약 유통 조직의 전체 구조와 공범 관계를 규명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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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공범 등을 통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다량의 마약을 밀수입·유통·판매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박씨을 수사기관으로 즉시 인계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히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씨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취득한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 및 환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마약 등 초국가범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엄단하고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단호하고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