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케데헌'과 조지아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2025.09.16 02:05
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최근 한미관계를 생각해보니 우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와 '조지아 근로자 구금사태'가 떠오른다. 미국인들이 한국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데헌'에 열광한다는 사실이 우리로서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초현실적이다.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100에서 '케데헌' OST들이 1위부터 줄을 세웠고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대 1위 영화가 됐다. 또한 우리 국민은 조지아주 공장의 운영을 도우러 파견된 기술자들이 이민법 위반이라며 손발이 묶여 체포돼 구금시설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방 국민들을 어떻게 저리 대우하느냐고 분노한다. '케데헌'으로 부풀려진 국민적 자부심이 조지아로 한방에 꺼져버린 느낌이다.

조지아 사태를 통해 한미관계를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제관계의 특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우린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다. 나의 죽음이 나로서는 절대적 슬픔이겠지만 내가 죽은 후 내 가까운 이들은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흘러간다. 세상은 이렇게 무정하다. 이 무정을 못 받아들이면 어른이 못 된다. 심지어 부모형제도 무정할 때가 많고 친구 역시 무정하다. 서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친구관계도 더 깊어지지 않고 해만 끼친다면 멀어진다. 이 점을 깨달아야 어른이다. 국제관계는 더욱 그렇다. 국제관계의 '친구', 즉 우방은 부모형제처럼 정을 나누는 존재가 아니다.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다. 미국이 친구, 즉 우방인 것은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일치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세력을 막는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고 지금도 필요하다. 한국 역시 유라시아의 패권 추구 세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는데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고 지금도 필요하다. 미국이라는 부자 민주주의 국가와 우방으로 지내다 보니 우리도 부유해지고 민주화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덤이다. 부모형제도 섭섭할 때가 많겠지만 우방이라는 타국이 섭섭할 때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양국의 국익일치가 양국을 친구로 묶는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미국 관헌, 넓은 의미의 미국 경찰(행정경찰 포함)의 거친 법집행 방식이다. 우리는 보통 미국 경찰이 강력하다고 믿는데 사실 미국 경찰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약하다. 강한 경찰은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면서 촘촘한 통제를 한다. 반면 약한 경찰은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할 수 없다 보니 운 나쁘게 걸리는 케이스를 본보기로 거칠게 처벌한다. 미국 관헌은 부드러운 '백벌백계'를 못 하다 보니 거친 '일벌백계'에 의존한다. 우리는 미국의 이 거친 법집행에 경악한 것이다. 미국이 모든 부문에서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입법, 사법은 앞서 있지만 행정은 다른 선진국보다 약하다.

이번 조지아 구금사태로 우리 국민들이 크게 마음 상했으리라 생각된다. 한미관계는 양국의 국익이 일치해서 유지되는 관계다. 다정함을 바라지 말고 무정함에 마음 상할 필요도 없다. 국제관계라는 방정식에선 '케데헌'의 다정함도, 조지아의 무정함도 변수가 못 된다. 그 방정식엔 오직 양국의 국익일치라는 무심한 외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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