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국가의 권력을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으로 분리해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 운영 원리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론이 삼권분립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삼권분립의 원리는 고대 로마에서 시작됐다. 로마인들은 민주정, 귀족정, 군주정을 섞어 각 권력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들었다. 권력은 서로 견제해야 균형을 이루고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경험적 깨달음이었다.
대한민국도 1948년 제헌헌법부터 삼권분립을 헌법에 명시했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집행하며 법원이 재판한다. 각 기관은 독립적으로 일을 맡고 상호 견제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삼권분립의 목적은 권력 남용을 막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것임을 결정문을 통해 거듭 선언해왔다.
#2025년 9월, 대한민국 삼권분립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회 법사위원장(추미애)이 대법원장(조희대) 사퇴를 요구하고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까지 압박에 가세했다. 사법부 수장이 대놓고 정치권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다.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위험이 현실로 다가왔다.
여당의 심정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건 정치적 오해를 받기 충분했다. 법원만 정치권을 견제할 수 있고, 정치권은 법원을 견제해선 안 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여권이 공개적으로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건 이례적이다. 작금의 사태는 단순히 사람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 국민의 권리 수호라는 삼권분립의 본질적 기능이 현실적으로 훼손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권분립의 위기는 단순한 정치 쟁점이 아니다. 정치권력 남용과 국민 자유 침해라는 매우 현실적 문제다.
선출권력이 임명권력의 우위에 있다는 인식도 우려스럽다. 모든 권력은 헌법과 법률, 판례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우리 정치사는 선출 권력의 오만이 어떻게 심판받았는지 수없이 보여준다. 정권 교체의 반복이 그 증거다. 국민이 준 권한은 무한하지 않다.
국회 다수당이 법률 개정과 예산 심사권을 무기로 사법부를 흔들면 법관이 판결할 때 정치권의 눈치를 볼 위험이 커진다. 입법부가 '국민 여론'을 앞세우더라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의 경계를 넘어선다면 삼권분립의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은 사법부의 자발성을 수반해야 한다.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여권의 윽박지르기식 사법개혁이 우려되는 이유다. 사법부 스스로 움직일 공간을 줘야 한다.
삼권분립은 권력자의 폭주와 다수의 독주를 막기 위한 헌법적 약속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칫 그 원칙이 무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삼권분립이란 가치를 지키려면 정치가 사법의 잘못을 고치더라도 그 독립까지 허물어선 안 된다. 선출권력인 입법부와 행정부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치달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건 임명권력인 사법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