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사상 초유의 메모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은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노트북은 물론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수요 위축으로 연결돼서다.
1분기에만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50%, 90% 급등하면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최대 10% 이상 역성장할 전망이다. 부품원가에서 20%를 차지하던 메모리 비중이 40%까지 상승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수요 위축은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 감소로 이어져 삼성디스플레이까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노트북·PC 시장도 메모리발 가격 인상으로 작년보다 5% 쪼그라들 전망이다.
스마트폰·가전·TV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DX부문은 비용 30% 감축 추진과 더불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메모리 초호황은 반도체 업계에게는 축복이지만, 전방산업인 완제품 산업은 비용 충격과 수요 위축으로 오히려 위기에 빠진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등 성과급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작 절실한 것은 스마트폰, 노트북, 디스플레이까지 전가되는 원가 상승 요인을 완화할 통합적인 대응이다.
2023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DS)부문이 14조8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때 DX부문이 벌어들인 이익이 메모리 적자의 충격을 흡수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 호황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이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부문의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