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모르면 문맹' 지나친 강박의 부작용

[기자수첩] 'AI 모르면 문맹' 지나친 강박의 부작용

윤지혜 기자
2026.04.29 04:00
'2025 청년취업사관학교 AI 인재 페스티벌'에서 AI코딩 챌린저스 참가자들이 코딩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5 청년취업사관학교 AI 인재 페스티벌'에서 AI코딩 챌린저스 참가자들이 코딩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퇴근 후 매일 1시간가량 온라인 '바이브코딩'(AI를 활용해 자연어로 코딩하는 것) 수업을 듣는 직장인 A씨는 "AI(인공지능)를 배울수록 오히려 불안감만 커진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AI를 활용해 부수입을 올렸다는 성공사례가 넘쳐나는데 자신은 수업을 따라가기 바쁠 뿐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해서란다. AI 자체보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경쟁자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자기계발을 멈춰선 안된다는 강박감이 든다는 설명이다.

AI가 일상을 파고들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넘어 '포보'(FOBO·Fear of Becoming Obsolete)를 호소하는 이가 급증한다. 새로운 트렌드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칫 나만 도태될 수 있다는 생존의 위협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공포는 기업들이 AX(AI 전환)를 핵심성과지표로 설정하면서 더욱 심화한다. AX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떠오르자 직무가 아닌 개별 팀과 개인에게 AX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성과평가로 직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LG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임원평가에 AX과제 수행여부를 반영키로 했다. AI 사용량을 나타내는 토큰 소비량으로 직원들을 줄 세우는 곳도 있다.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AI로 업무를 혁신하는 임직원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취지지만 한편에선 유의미한 AX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프로젝트 수만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업무효율을 높이는 '도구'였던 AI가 어느새 일자리를 압박하는 '흉기'가 됐다는 토로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모든 국민이 AI를 한글이나 산수처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과거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처럼 AI가 기초소양으로 자리잡은 만큼 정부가 활용을 독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칫 'AI를 모르면 문맹'이라는 낙인으로 오인될 수 있다. 특히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AI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행사가 기술과 역량을 겨루는 '경진대회' 형태로 구현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AI 대중화'라는 목표에 매몰돼 의도치 않은 공포 마케팅을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윤지혜 기자수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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