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폭행당해 사망한 사건으로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격앙돼 있다. 일부 정치인은 군대를 캄보디아에 파견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정치인은 심지어 선전포고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구출문제와 별도로 이 문제를 좀 더 지정학적 구조문제로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대국통치의 특징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인구가 14억명이나 되는 중국의 통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국은 소국과 달리 중앙정부가 구석구석까지 촘촘히 통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 치안을 위해서라면 분권을 연방국가 수준까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통치권한을 분산하는 것은 중국 역사가 잘 보여주듯 국가의 분열 위험성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국가분열보다 변방의 치안부재를 선택한다.
또 다른 대국 미국도 통치에 빈틈이 많다. 미국은 분권이 강한 연방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아직 약해 중앙, 변방할 것 없이 곳곳의 치안이 뚫려 있어 마약범죄 등이 활개를 친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 등 주변 국가까지 침투한다. 이렇게 형성된 북미 마약산업이 미국에선 국가 자체를 흔들 정도의 규모가 아니지만 작은 나라인 멕시코에선 국가를 흔들 규모가 된다.
포브스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의 두목 엘 차포 구스만을 한때 멕시코 10대 부자로 평가했다. 이런 카르텔들이 멕시코 북부를 장악했고 이들의 뭉칫돈은 멕시코 정관계를 부패시킨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캄보디아의 경우 중국계 온라인 범죄집단과 현지 정치권, 경찰, 공무원들이 유착됐다고 한다. 14억 중국인을 상대로 벌어들인 엄청난 규모의 온라인 범죄수익으로 인해 인구 1760만명의 소국 캄보디아 정관계가 부패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의 경우 아예 온라인 범죄집단이 군벌이 돼 중앙정부와 협력도 경쟁도 한다. 심지어 이들 군벌 지도자 일부는 국회의원이 된다.
물론 중국 정부가 이들 온라인 범죄와 직접 관련돼 있지는 않다. 미얀마 접경지대의 군벌들이 로맨스스캠, 온라인 사기, 온라인 도박 등을 하기 위해 범죄단지를 운영하면서 중국인을 몇 만명씩 납치·감금하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가 접경지대의 온라인 범죄문제에 직접 개입한 일이 있다. 중국 정부로서도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국인 중국으로선 변방까지 통치력을 충분히 미칠 수 없고 그렇다고 지방에 권한을 많이 넘겨주는 것도 위험하다는 딜레마가 항상 있다.
현재 중국은 IT 감시기술을 발전시켜 빈틈없는 통치를 추구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넓은 변방의 빈틈을 모두 메우기는 어려우며 범죄집단 역시 IT 기술을 활용해 주변국으로 도피해서 거기서 중국 내로 범죄의 손길을 뻗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현재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멕시코에서 벌어진다. 대륙의 주변에 위치한 우리도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