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킹만 남은 과방위 국감

김승한 기자
2025.10.17 04:00

국정감사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핵심 기능 중 하나다.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잘못된 부분의 시정, 입법 및 예산심사를 위한 정보수집을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특히 민생현안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개선으로 이어지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가운데 통신분야에서는 이러한 본래 취지를 찾기 어려웠다. 가계통신비 인하, 요금제 구조개선, 알뜰폰 활성화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핵심의제는 사실상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일하게 '통신3사의 카르텔 구조'를 지적하며 제4이동통신사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이는 전체 흐름 속에서 예외적인 목소리에 불과했다. 정부가 28㎓(기가헤르츠) 대역만 고집해 제4이통사 시도가 8차례나 무산됐다는 비판과 일본 저가 5G(5세대 이동통신) 사례가 언급됐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후속논의는 깊지 않았다.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질의는 이처럼 극히 일부였고 다수의 질의는 최근 발생한 통신3사의 해킹사고에 집중됐다. SK텔레콤의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해킹사태, KT의 소액결제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두고 '왜 제대로 대응을 못 했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사고에 대한 질타와 공방이 국정감사를 지배하면서 정작 정책적 대안마련과 민생 중심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정감사가 사고수습에 치중된 청문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 삶을 바꿀 정책의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올해 과방위 국정감사는 꽤 아쉬움이 남는다. 실질적인 민생해법보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들에 대부분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해킹사고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생질의의 실종이다. 국정감사가 본연의 목적을 잊었다면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감시였나"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승한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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