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자동차보험료 유감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5.10.21 02:03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자동차 가격도 비싼데 책임보험은 꼭 들어야 하니 참 아깝다. 나 같은 모범운전자에게 매년 꼬박꼬박 보험료를 받아가는 보험회사는 진짜 꿀 빠는 거다. 쉽게 많은 돈을 버는데 또 보험료를 올려달라니 심보가 고약하다. 보험료를 내렸다더니 찔끔 1만~2만원의 푼돈이라 기별도 안 간다. 보험료를 내려 죽을 지경이라더니 이익 잘만 나네.

그런데 보험이란 게 사고가 없으면 보험금을 못 받으니 원래 그렇다. 그 와중에 돈을 남겨 먹는 보험사가 미울 수밖에. 하지만 미워도 냉철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를 돌리는 인프라에 속하는 자동차보험 비용이 적절치 않다면 결국 숨어 있던 비용청구서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다. 2020년 이후 5년째 그대로인데 2024년에는 되레 1.8% 감소했다. 그래서 계산이 쉽다. 예를 들어 상위 4개사, 혹은 6개사의 점유율이 각각 85%, 95%면 나머지 회사들의 몫은 각각 3조원, 1조원으로 딱 떨어진다. 손해율 1%포인트 변동이 보험사 손익에 주는 효과는 대략 2000억원이다. 간단한 산수로도 큰 숫자와 복잡한 비율들을 비교하기 용이하다.

자동차보험 시장이 5년째 제자리인 이유는 2022년 이후 4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해서다. 반면 자동차보험(종합보험) 가입건수는 지난 7월 2570만건으로 5년 전보다 11% 늘었다. 가입차량 수는 늘었는데 보험료 총량이 비슷하니 결국 5년 새 10% 정도 가격이 인하된 셈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에는 각종 수리비와 정비공임, 부품원가 등이 반영된다. 그런데 소비자물가는 같은 기간 누적으로 17.5% 올랐다. 자동차보험료는 비록 비중은 미미하지만 물가지수에 포함된다. 결국 미력하나마 물가를 잡는데 자동차보험이 멸사봉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보험 상황은 통념과 달리 매우 열악하다. 1983년 이후 42년간 자동차보험 누적 영업적자는 14조5000억원에 달하고 이익이 난 해는 5개년에 불과하다. 2021년부터 3년간 1조4000억원의 흑자가 발생했지만 2024년 적자(-97억원) 전환했다. 올해는 적자폭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내년에는 1조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아마도 상위 5개사 모두 큰 폭의 자동차보험 적자를 시현할 듯하다.

보험사들은 이익도 많이 나던데 이왕 하던 멸사봉공을 더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익은 다 장기보험에서 발생하니 결국 암보험이나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자동차보험을 보조하는 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동차보험 손익이 악화하면서 어려운 회사들부터 나가떨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5%에 불과한 중소보험사들의 점유율이 2010년 무렵엔 10% 수준이었다. 4대 보험사 중 하나인 현대해상마저 이제는 힘겨워하는데 올해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익은 경쟁사들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가 부담하지 않은 비용들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미뤄둔 큰 액수의 청구서를 몰아서 받지 않으려면 조금씩 나눠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아 그런데 가만,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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