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만에 방문한 프랑스 파리는 재정·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사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여유로우면서도 고유의 낭만적인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이전과 달리 도심 곳곳에서 한국 화장품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현지 최대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마트 체인인 모노프릭스에는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 등이 놓여있었다. 모노프릭스 매장 한켠에는 한국의 스킨케어 루틴 10단계를 소개하는 코너가 따로 자리를 잡고 있기도 했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 만난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를 좋아하고 있는 이유로 피부 개선 효과가 뚜렷한 기능성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 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레티놀 등이 들어간 프랑스산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하려면 최소 5~6만원 이상이 들지만, 한국산 제품들은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제품의 품질과 효과, 안정성까지 두루 살피는 프랑스인들이 역직구몰과 오프라인 채널에서 국내 제품을 즐겨찾는 이유다.
제품을 한번 써보면 또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는게 K뷰티 구매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유통사인 실리콘투가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운영하는 K뷰티 전문숍인 '모이다(moida)'에서 고객들도 국내산 화장품의 품질에 큰 신뢰감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계속 K뷰티 제품을 이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absolutely(틀림없이)'였다. 주변 지인들도 K뷰티 제품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도 "60~70%는 K뷰티를 써봤거나 사용 중"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품질에 만족한 고객들이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고, 이에 따라 개별 브랜드의 인지도도 자연스레 높아지는 선순환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 K뷰티 열풍이 한차례 부침을 겪으면서 'K뷰티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파리와 런던에서 느낀 K뷰티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에서 한국인 만큼이나 K뷰티를 사랑하는 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스크팩·선크림 등으로 K뷰티에 입문한 현지인들이 립스틱·섀도우 등 색조 화장품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는 것도 최근 유럽에서 달라진 풍경이다. 결국 이런 팬들덕에 K뷰티 열풍은 'absolutely(틀림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파리와 런던에 직접 와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명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