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빼고는 비즈니스 화제가 없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진짜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었다. 특히 지난달 29~31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CEO 서밋'에선 모든 논의가 AI에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구글,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은 물론 국내 주요 대기업 CEO들은 AI의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전력 문제'를 꼽고 있다. AI 연산에 쓰이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대책은 미비한 상태다. 대표적인 게 원전이다. 발전 단가가 낮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원전 감축'을 시사하고 있다. 설계 수명 40년이 다했다는 이유로 멈춘 고리 2호기의 재가동 결정은 계속 미루고 있다. 미국은 신규 원전 건설에 1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중국도 2035년까지 매년 약 10기의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PEC을 찾은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두코바니Ⅱ의 페트르 자보츠키 CEO는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을 폐쇄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엔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신규 건설을 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리 2호기 등 안전성이 검증된 원전은 재가동하고,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대한 글로벌 흐름을 따라 잡아야 한다. SMR은 일체형 설계, 공장 제작 방식을 통해 건설 기간, 초기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이다. SMR의 경우 에너지 공급원뿐만 아니라 대표적 수출 산업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업계는 정부의 인허가 절차 수립과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AI 3강(G3)'을 선언했지만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최근 젠슨황 엔비디아 대표가 국내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GPU 26만장을 가동하려면 무려 1기가와트(GW)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AI 3강'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