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가 끝났지만 찝찝하다. 여야가 '조희대 대법원장 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대립각을 맞추면서 정작 중요한 민생이나 정책의제는 실종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을 매개로 사법개혁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김현지 실장 문제에 화력을 집중했다.
여야는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해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리전 성격인 '조희대 대 김현지' 구도를 만들었다. 국민들은 민생경제와 공공성보다 정권장악을 위해 강성 지지층에게 기대는 정치권에 피로감을 느낀 지 오래다. 현재 우리 정치는 계엄·탄핵을 겪고 이재명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치복원과 민생회복보다 '심리적 내전상태'에 있는 게 사실이다.
'개딸'과 '윤어게인(again)'을 앞세운 양당 강성 지도부는 서로에게 '내란정당' '민주당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끝없는 혐오정치를 생산한다. 이런 양상은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적대적 대결의 후진적 행태다. 이는 38년의 역사를 가진 민주공화국의 정체성대로 '민주단계'에서 '공화단계'로 이행해야 함에도 낡은 '독재 대 민주' 구도로 퇴행했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강성 지도부는 대화·타협·공존을 지향하는 민주주의 규범에서 벗어나 정치양극화를 조장한다. 정치복원을 막는 정치양극화는 여야 모두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스톡홀름증후군은 인질이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오히려 동정과 애착을 느끼며 범죄자를 옹호하는 심리다.
이는 정치권의 공천국면에서 자주 나타난다. 공천이 곧 생존인 정치구조 속에서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쥔 당대표나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사법리스크 방탄'에 나선다. 이는 스스로를 인질로 삼는 행위이자 정치를 포로상태로 만드는 집단적 자기세뇌에 가깝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최근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이런 그의 행보는 국민의힘에 '내란정당' 프레임을 걸어 정당해산을 준비하는 민주당엔 좋은 먹잇감이다. 반면 민주당 또한 다르지 않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비롯한 사법개혁 6대 의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의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보복과 사법부 장악 같은 사적 원한이 연관돼 있다는 의심이다.
왜냐면 달라진 사법부 구성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재판이 무죄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은 입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는 권력남용은 물론 권력분립과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위헌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사법개혁으로 볼 수 없다.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관료제와 친화적인 '독일식 대륙법체계'를 민주제와 친화적인 '영미식 보통법체계'로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 여야가 스톡홀름증후군이라는 '인질극 정치'에서 빠져나올 때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민생과 공공성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