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스마트 독재'라는 중국의 실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5.12.03 02:05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우리는 독재와 혁신은 공존할 수 없다고 믿어왔다. 자유로운 토론과 개방성이 없던 옛 소련이 확실한 사례였다. 일종의 '민주주의적 우월감'이다. 하지만 중국은 보란듯이 그 믿음을 배신했다. '스마트 권위주의'라는 교묘한 체제를 완성해가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 모델을 흡수해 현대 정보화 시대에 맞게 독재의 도구를 개량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정부를 비판하자마자 IPO는 취소됐고 대중의 시야에서 그는 사라졌다. 많은 이가 중국의 '자살골'이라 간주했고 혁신의 싹을 스스로 자르는 행위라고 여겼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그런 행동은 통제 불가능한 기업권력을 길들이고 데이터주권을 당이 회수하기 위한 지극히 논리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은 테크기업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처럼 했지만 숨통을 조금씩 틔워주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풀어줄 때는 혼란을 야기하고 조일 때는 죽음을 부른다'는 딜레마 속에서 중국은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불안해 보이지만 중국은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로 변모했고 첨단 제조업에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이미 추월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 대해 과거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개인숭배와 충성심 경쟁이 관료사회의 비효율을 초래할 위험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투박한 독재와는 결이 다르다. 안면인식기술, 빅데이터, 심지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생체데이터 수집을 효과적으로 조화시켜 인민을 통제한다. '1984'에서 상상한 감시사회가 최첨단 기술의 옷을 입고 현실화한다. 억압과 통제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혁신과 통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디지털 전체주의'의 실험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이 이 실험에서 점점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중국 경제가 인구감소와 부채문제로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2%대로 떨어진다고 해도 중국이 거대한 위협적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련과 달리 중국은 부유하고 똑똑한 독재국가로 진화한다. 서구 민주주의가 분열과 포퓰리즘으로 비틀거리는 사이 중국은 효율적으로 국가자원을 동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거 현실사회주의는 효과적인 계획의 수립과 효율적 집행을 위한 수단이 부족했기에 좌절했다. 하지만 중국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제조업 능력을 조합하면서 일당독재와 기술혁신이 공존할 수 있다는,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믿은 가설을 증명해 보였다.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진영은 중국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현실은 다르다. 중국의 '스마트 독재'는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고 우리의 예상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누가 이길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다. 중국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여러 문제를 놓고 악전고투한다. 중국을 옆에 둔 우리로서는 중국의 시도와 미래를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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