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외국인 농업 근로자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5.12.04 02:05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최근 농촌으로 실태조사를 갔는데 오전에 농가조사를 마치고 읍에 있는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주문했다. 식탁에 놓인 반찬 중 낯선 나물무침이 하나 있었는데 고수와 무채를 새콤하게 빨간 소스로 무친 것이었다.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고수를 우리나라 시골식당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 모양만 고수와 비슷한 나물이라고 생각했으나 맛이 고수가 맞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수년 전부터 마을에 동남아 근로자가 많아졌는데 우연한 기회에 고수반찬을 만들어 제공한다고 했다. 특유의 향을 지닌 고수는 한국인에겐 매우 낯선 채소다. 실제 동남아에 간 여행객 중에서도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끝내 먹지 못하고 고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시골식당에서 고수가 들어간 기본반찬이 나오니 신기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지만 농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관련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했는데 2025년 5169만명으로 추계된다. 이 중 농촌지역 인구감소 현상은 더욱 심각한데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90여곳 중 대부분이 농어촌지역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농촌지역의 고령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농업노동력 부족문제를 크게 악화시키는데 중장기적으로 농산물 공급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물론 ICT 등 4차산업 기술이 적용된 농업의 기계화 및 스마트화가 빠르게 확산하지만 제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농업의 구조적인 한계는 극복이 쉽지 않다. 정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고용허가제를 통해 매년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농업에 공급하는데 올해는 규모가 7만9000명에 달한다. 연간 전체 외국인 노동자 수가 대략 1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약 8%가 농촌에서 일하는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 농업과 농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단 이들이 부족한 일손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돈이 지역경제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 물론 외국인 근로자들은 최대한 생활비를 아껴 자기 나라로돌아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먹는 음식과 쓰는 필수품을 사기 위해 쓰는 돈은 한적한 농촌마을에 어느 정도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사실이다.

농촌지역 지자체는 이제 농번기에 최대한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힘들고 불편하다고 잘 오지도 않는 도시지역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보다 장기간 머물며 꾸준하게 안정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농사일을 돕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 농업과 농촌지역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어떻게 잘 대처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할 듯하다. 부대찌개 반찬으로 올라온 고수무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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