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서태평양 실리콘밸리 구상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2026.01.09 02:05
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지금도 세계를 이끄는 나라들은 영어권이다. 컴퓨터, 인터넷, AI(인공지능) 같은 최첨단 기술에 스텔스 전투기로 상대방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군사력을 가진 미국, 그리고 BBC를 위시한 소프트파워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영국, 그리고 호주, 캐나다 등의 영어권 사촌국가들. 달러는 전 세계가 함께 쓰는 기축통화고 영어는 기축언어다. 유럽 변방의 브리턴섬에서 시작해 영국인들은 세계로 진출했고 서로 연대해 세계를 경영하려고 한다. 부럽기도 하고 시샘도 나지만 그 성공비결은 배울 필요가 있다.

영미(英美)의 역사를 보면 특히 한 가지가 눈에 띈다. 정부라는 리바이어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였다는 점이다. 영국 개신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북미 뉴잉글랜드의 황무지를 맨손으로 개척하며 자치공동체를 꾸려나가다 영국 정부든 자치정부든 공무원들이 등장해 질서의 명목으로 자유를 억압하면 또 짐을 꾸려 길을 떠났다. 이른바 서부개척이다. 영미인들은 자유를 찾아 바다로 나갔고, 초원으로 나갔다. 그들은 서부개척이 마무리되자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가 그렇게 생겼다. 그들은 무정부에 가까운 자유를 찾아 초국적(超國的) 인터넷을 개척했고 초국적인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만들어냈다. 고 스티브 잡스, 피터 틸 같은 실리콘밸리의 간판스타들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히피, 해적, 바이킹, 노마드였다. 역사는 자유로운 해적과 노마드가 이끌어왔다. 역사를 보면 바이킹과 노마드가 정착민들을 정복하면서 새로운 국가, 제국을 만들어왔다. 영국, 스웨덴 등 북유럽이 그랬고 몽골, 오스만투르크 등 중앙아시아 제국이 그랬다. 바이킹과 노마드는 자유인들이었기에 모아내긴 어렵지만 한번 모아내기만 하면 그 힘은 컸다.

한국은 1% 전후의 저성장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인구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낙관주의로 충만하지만 먼 미래는 어둡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앵글로색슨의 성공비밀을 벤치마킹해보자. 새로 개척할 바다와 서부 초원이 없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내자. 사회주의인 중국은 기업가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하기에 불리한 환경이었지만 자유롭고 부유한 홍콩을 가지고 있었고, 선전 같은 특구를 만들어뒀다. 이제는 하이난섬에도 특구를 만들고 있다. 홍콩은 사회주의인 중국에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역할을 해왔다. 자유, 자본, 창의의 숨 쉴 틈이었다. 한국도 그런 홍콩이 필요하고, 샌프란시스코가 필요하다. 예컨대 거제도 같은 남해의 섬 한 군데를 특구로 지정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선진 중견국들의 창의적 청년 기업인들을 유치한 후 그들이 비즈니스계의 노마드가 되고 히피가 되고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되게 하자. 이 '초국적' 특구가 성공하면 우리만큼 저성장 체질인 일본에도 예컨대 쓰시마섬을 특구로 개방할 것을 권해보자. 대한해협 부근에 2개의 특구 섬이 생기면 거기서 거대경제 미국, 중국과 경쟁하는 창의적 기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주도의 서태평양 실리콘밸리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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