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정책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가 예고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부터 아동용 전동휠체어(동력보조장치)를 건강보험 지원 품목에 새롭게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단순히 신체적 불편 해소를 넘어 개인 삶의 질과 사회 통합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성인용 기기에 몸을 맞추거나 고가의 비용 때문에 이동을 포기해야 했던 장애 아동들에게 이동의 자유뿐만 아니라 교육·사회참여·자립 등의 출발점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정책적 결실의 이면에는 정부보다 앞서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지난 9년간 묵묵히 그 자리를 채워온 민간의 헌신이 있었다. 상상인그룹과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은 2018년부터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가동해 전국 6~18세 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아동용 전동휠체어 약 4000대를 후원했다.
아동 당사자의 이동 범위를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교생활 참여, 또래 관계 형성, 보호자의 돌봄 부담 완화 등 삶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혼자 학교 도서관과 급식실에 가며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찾고 차량 지원 없이 KTX와 지하철만으로 생애 첫 부산 여행을 다녀오는 사례가 생겼다. 이동의 자유는 곧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됐다. 이런 성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등 전문가 집단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간 사업이 정부의 공적 급여로 이어지는 협력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아동용 전동휠체어 지원은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수동휠체어를 직접 추진할 때 발생하는 어깨와 손목의 과도한 부하를 줄여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RSI)을 예방한다. 이동성 향상은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과 보호자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이런 가치를 인정하고 동력보조장치를 공적 급여 체계에 포함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민간의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국가가 바통을 이어받아 포용적 지원에 나섰다.
이는 보조기기 정책 전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이용자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보조기기 지원제도는 여전히 정해진 품목과 기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아동용 전동휠체어 급여화처럼 현장의 수요를 먼저 살피고 단계적으로 제도에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사용자를 맞추는 구시대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필요할 때 최신 기술을 충분히 체험해 보고 자신의 욕구에 맞는 장치를 지원받을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민간의 '진심'이 정부의 '책임'으로 화답한 이번 변화가 더 많은 영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아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학교와 동네를 자유롭게 누비는 풍경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포용 사회의 미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