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폐쇄, 답 아냐…'보수 성역' 될 수도" 진보 경제학자도 우려

"일베 폐쇄, 답 아냐…'보수 성역' 될 수도" 진보 경제학자도 우려

김소영 기자
2026.05.26 16:48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서 극우 성향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일베'를 의미하는 손가락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일베 사이트 폐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하자 이준구 교수가 "폐쇄로 얻을 실질적 이득은 단 하나도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서 극우 성향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일베'를 의미하는 손가락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일베 사이트 폐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하자 이준구 교수가 "폐쇄로 얻을 실질적 이득은 단 하나도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폐쇄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진보 성향 원로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일베 폐쇄로 얻을 실질적 이득은 단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26일 SNS(소셜미디어)에 "일베가 극우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 장소이며 극우 사상의 확대재생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도 "그 자체로 폐쇄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적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일베가 조롱과 혐오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폐쇄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인데 실제로 일베를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자마자 즉각 표현의 자유 시비가 물 끓듯 끓어오를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베 폐쇄로 촉발될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면 일베가 오히려 보수 진영에 의해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보수의 성역(聖域)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들(보수 진영)이 일베 폐쇄를 둘러싼 싸움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성전(聖戰)이라고 떠들어 대며 일베를 이 성전의 용감한 전사(戰士)로 추켜세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또 "일베 폐쇄 조치로 극우 사상을 가진 사람 숫자가 단 한 명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일베가 폐쇄된다고 해서 극우 사상을 가진 사람이 하루아침에 생각을 바꾸지도 않을뿐더러 제2, 제3의 일베가 등장해 더욱 활발한 극우 사상의 배출구 노릇을 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베 폐쇄보다도 사자명예훼손 등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확실한 법의 처벌만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비슷한 사건 발생을 예방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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