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도 신토불이가 좋을까?

박건희 기자
2026.02.12 04:00

지난달 첫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내놓은 정부가 2028년까지 '완전 국산'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100% 국내산 부품으로 채운 양자컴퓨터다. 그런데 이 계획의 최대 수혜자인 듯한 업계에서 외려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국산 100%요? 왜요?"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기본원리인 '양자얽힘'과 '양자중첩'을 활용해 계산속도를 크게 높인 컴퓨터다. 우리나라에도 양자컴퓨터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이 여럿 있지만 아직 미국 IBM이나 아이온큐처럼 '풀스택' 양자컴퓨터를 수출하는 곳은 없다. 국내 연구실에서 가동 중인 양자컴퓨터는 대부분 미국, 스위스, 핀란드 등 해외에서 비싼 값을 주고 부품을 들여온 형태다.

그러나 정부가 '2년'이라는 짧은 목표를 제시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원천기술이 국내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냉동기·측정장치 등 핵심 부품을 자체설계해 수출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구기관 주도로 개발 중인 초전도 양자컴퓨터에는 국내 대학이 설계한 QPU(양자처리장치)가 들어간다. 연구계에서도 계속 양자오류를 보정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놓는다. 이런 기술을 한데 끌어모으면 완전 국산 양자컴퓨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외형적 완성이 아니라 '실용'이다. 100% 국산화한 양자컴퓨터를 얼마만큼의 규모로, 어떤 환경에서 활용해 결과물을 낼 것인가. 양자컴퓨터는 존재 자체로 완성형인 연구가 아니라 실제 쓸모를 찾아야 하는 기술이어서 가장 먼저 구체화해야 할 목표는 제품의 성능이다. 부품의 생산지가 아니다. 실제 쓸 수 없다면 전시용 껍데기를 만드는 데 수백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국가대표 AI(인공지능) 모델을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처럼 국산 양자컴퓨터도 '독자성' 논란의 중심에 설지 모른다. '바닥부터' 철저히 국산인지 따질 수도 있는 일이다. 반대로 독자성이라는 기준에 얽매여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양자 연구자에게 돌아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노트북 구매할 때 생산지 먼저 확인하시나요? 과학기술은 신토불이가 아닙니다. 철저히 성능싸움이자 기술경쟁이죠."

박건희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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