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대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상회(商會)로 출발한 삼성그룹이 1982년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회사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엔비디아는 AI(인공지능)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해 1993년 창업 후 꼬리표처럼 붙었던 '그래픽카드 회사'의 한계를 넘었다.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설립된 아마존의 캐시카우는 클라우드 서비스이고, 블루오리진을 기반으로 우주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60년 가까이 성장을 이어왔지만 자동차 업종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 과정은 '변신'보단 '변화·발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이런 관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로봇 사업 진출은 '변신'으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는 '기업 DNA 재정의 작업'으로까지 보인다.
아틀라스의 초기 목표는 현대차그룹 자동차 공장 내 활용이다. 회사는 2028년 미국 HMGMA(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에 아틀라스를 투입,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 등에 활용한다.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 이 같은 안전·품질 검증과 기술 고도화를 거쳐 세계 각지 현대차그룹 공장에 확대 배치할 전망이다. 사람을 대신해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 자동차 제조 효율 제고와 원가 절감, 산업재해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을 자동차 이상의 수익처로 키우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2032년 660억달러(약 9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아틀라스를 활용하며 축적한 빅데이터, 시행착오 경험은 사업화를 위한 필수 자산이 될 것이다. 향후 회사는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파운드리(Foundry) 기업으로 진화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대만 TSMC가 고객사 요구를 반영해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공급하듯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1대당 2억원 안팎 수준이 예상되는 '비싼 로봇'이 활용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돌파해야 할 기술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테슬라, 중국 유니트리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노동자와 갈등 해소도 선결 과제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노사 합의 없이는 한 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로봇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따른 법적 분쟁,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숙고해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제약 때문에 혁신이 늦춰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무사히 '통과의례'를 넘어 변신에 성공하면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지만 그러지 못하면 생존조차 불투명해지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숙명이다. 훗날 '자동차그룹'이란 명칭이 어색해질 만큼 현대차그룹이 로봇 기업으로 과감한 변신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