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괴적 결과 예상되는 '노봉법'

머니투데이
2026.03.04 04:15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원·하청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흘 전 내놓았던 시행령과 해석지침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이 자체가 논란거리이며, 상당한 혼란도 불가피하다.

노동부는 당초 '교섭 단일화의 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교섭창구 단일화 철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하자 번복했다. 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명시하도록 한 노조법(제29조의2)에 위배된다. 법보다 매뉴얼이 상위가 되는 셈인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입법 취지를 더 잘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원청 사용자는 각각의 원·하청 노동조합 등 최소 2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하청노조 간에도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므로 원청 사용자는 하청노조와 '무한교섭'에 노출된다. 원·하청 노조간, 하청·하청 노조 간의 이해타산이 다를 경우 교섭 난이도는 높아지고, 노노 갈등도 벌어질 수 있다.

자동차·조선 등은 업종 특성상 수천 개의 하청업체가 있어 교섭단위 쪼개기가 성행할 경우 상시적인 노사협상에 기업역량을 소모해야 한다. '경영상 결정'까지 교섭대상이 될 수 있어 파업 증가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확대하거나 해외이전으로 대응할 것이다. 진작부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은 이를 경고해 왔다.

재계는 국무회의 통과 후 사실상 2주 만에 시행되는 것이라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거나 보완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기존 노조법과도 배치되는 매뉴얼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란봉투법 시행을 알리는 광고 캠페인에 돌입했다. 두고 두고 정부가 법을 위반하고 분쟁과 소송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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