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AI 이국종' 유튜브 채널이 등장해 최근 논란이었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사칭한 딥페이크 영상으로, 대부분 잘못된 건강정보였지만 개설된지 일주일만에 구독자 4만명을 모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국종 원장측이 해당 계정을 개인정보 침해로 신고하면서 해당 채널은 폐쇄됐지만, 여러 측면에서 데이터의 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과연 진짜 전문가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했는가.
10년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를 학습하며 인간의 선택을 확률로 해석했고, 이후 등장한 알파고 제로는 통상적이지 않은 전략 개발과 새로운 수까지 창조했다.
이제 흐름은 피지컬 AI(Physical AI)로 넘어간다. AI기반 드론, 로봇, 자율주행, 산업 및 의료 자동화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AI를 통칭하는 피지컬 AI는 빠르게 산업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딜로이트의 '2026 테크트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카메라와 센서를 갖춘 AI 드론은 창고 재고를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선반 사이를 이동하며 바코드와 QR 코드 리더기로 제품을 스캔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 100만번째 로봇을 배치했다. 그리고 딥플릿(DeepFleet) AI 모델을 활용해 로봇의 이동 효율을 향상했다. BMW는 신차 차량이 스스로 공장내 조립라인에서 테스트를 거쳐 공장 마감 구역까지 이동하도록 자율주행차 기술을 도입했다. GE 헬스케어는 로봇 팔과 기계 비전 기술을 활용한 자율 X선 및 초음파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른 의료기술 기업들은 환자 돌봄과 수술 자동화를 돕는 지능형 로봇 보조기를 설계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경쟁력으로 '행동데이터'가 꼽힌다. 현실 세계는 물리 법칙, 환경 변화, 인간 변수까지 동시에 작용하다보니 행동데이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수집과 표준화가 어렵다. 로봇공학자 아얀 하워드도 "로봇은 시뮬레이션에서 무언가를 잡는 법을 배울 수 있지만 물리적 공간에 들어가면 1대 1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 환경에서 축적된 인간의 행동 데이터 없이는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 조선·해양, 건설·플랜트, 의료와 같은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는 해당 산업에서 숙련된 전문가( 또는 장인)의 축적된 암묵지(경험과 학습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된 지식)를 대량 보유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귀중한 자산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숙련된 인력이 현장을 떠나고 일부 산업은 구조 변화로 축소된다. 이는 국가 차원의 '지식자산 소실'이다.
구조대원이 붕괴 위험을 직감하는 판단, 외과의사가 수술 중 미세한 출혈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베테랑 엔지니어의 현장 판단은 매뉴얼로 설명되지 않는다. 책과 논문은 결과를 기록할 뿐 과정의 디테일을 담아내지 못한다. 지금 확보하지 못한 행동 데이터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들의 작업을 고해상도 센서, 영상, 촉각 데이터로 기록하고 표준화해야 데이터 축적을 넘어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행동데이터 축적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 현장 데이터 수집에 대한 규제 정비, 개인정보 및 안전 기준 확립, 그리고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숙련자의 인터뷰, 시뮬레이션 재현 등을 통해 암묵지를 데이터화하고, AI가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이들이 감추고 싶어할 실패 테이터까지 확보해야 한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 최고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피지컬 AI 시대 역시 다르지 않다. 이국종 원장처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의 암묵지와 판단을 얼마나 정교하게 데이터로 전환하고 구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이 피지컬 AI 산업을 주도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