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BTS 새 앨범 '아리랑'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 현상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6.04.03 02:00

BTS의 5집 앨범 아리랑의 '보디 투 보디'에 아리랑이 삽입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한편으로 실망스런 반응도 꽤 나왔다. 방송브릿지같이 일부 넣었기에 온전한 아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반응은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 현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K 컬처 나아가 K 팝은 일찍부터 이런 에스터 에그 현상을 통해서 팬덤을 확보해 왔기 때문이다.

이스터 에그는 본래 부활절의 달걀인데 색칠한 달걀을 숨겨서 찾던 풍습에서 비롯했다. 대중문화에서는 전자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영화 속에 숨겨진 놀라운 메시자나 이미지를 말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50-60년대 만든 자신의 작품 40여 편에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팬들은 그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는 이런 숨겨진 이스터 에그 전략은 더욱 활발해졌다. 전자게임만이 아닌 SNS에 등장했고 특히, K 팝이 세계적으로 큰 팬덤을 갖게 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스터 에그다.

한국인들은 BTS 노래에서 아리랑이 들어간 대목을 찾아보는 데 흥미가 있다. 외국 팬들은 당연히 아리랑이라는 노래도 검색하고 학습을 하게 된다. 그런데 BTS는 더 심오한 내용도 많이 숨겨 놓고 있다. BTS의 앨범 아리랑 심볼 마크는 자음 'ㅇ, ㄹ, ㄹ' 은 주역의 괘상과 관련이 있다. 'ㅇ'은 음양에서 태극을 말하고 'ㄹ'은 건(하늘)을 나타내며, 마지막 'ㄹ'은 리(불)에 해당한다. 건과 리의 괘가 같이 있는 것은 주역의 64괘 가운데 13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이라는 해석도 가능한데 이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의미로 BTS의 '보라해' 정신과도 맞물린다. 무엇보다 앨범의 노래들은 태극기에 표기된 괘상과 맞물려 분류된다. 건(乾)은 하늘을 뜻하고 '노멀(Normal)'이 해당하며, 곤(坤)은 땅을 의미하는데 '라이크 애니멀'(Like Animals)이 해당한다. 아울러 감(坎)은 물에 해당하고 이는 '스윔(Swim)'이 속하고 리(離)는 불로 'FYA'가 해당한다. 건곤감이(리)에 따라 그 특성에 맞게 곡의 내용과 분위기, 메시지를 적절히 담아내고 있다.

이를 통해 태극기의 철학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외국 팬들이 인지하게 된다. 또 다른 'No. 29'에는 고요 속에 숨겨진 사운드가 있어 궁금증을 일으키는데 바로 성덕대왕 신종 소리를 숨겨 놓았다. 더구나 숫자 29는 대한민국 국보 29호를 뜻했다. 뿐만 아니라 '에일리언스(Aliens)'에서는 좀 더 복합적이다. 자신들을 외계생명체로 규정하며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세계 주류 음악에 풍자를 하고 있는데 "신발은 벗어놔", "뭐든 더 빠르게" 등 한국적인 문화 코드도 담고, 김구 선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 선생에 대해서도 외국 팬들은 찾아 볼 수밖에 없다.

초기에 K 팝의 이스터 에그는 단순히 일반적인 문화기호들을 숨겨놓았다. 아울러 케데헌에서도 볼 수 있지만 영어 노래 속에 한국어 가사를 일부러 배치하기도 했다. 이에 노래를 온전히 이해하고 향유하기 위해 한국어를 학습하는 팬들이 늘었다. BTS의 앨범 아리랑은 전통 문화 요소를 숨겨 놓았기에 이를 찾아내어 이해할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각인 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스터 에그 전략에는 원칙이 있는데, 일단 보편적으로 관심 있는 장르나 콘텐츠 안에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것을 무조건 부각하는 코리아니즘이 본질은 아닌 것이다. BTS의 5집 아리랑은 기본적으로 힙합을 베이스로 삼고 있는 그들의 음악적 특징이 잘 담겨 있고, 케데헌은 오컬트 장르로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보편적 장르에 기초하는 것과 같다. 만약 BTS가 앨범에서 태극기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아리랑을 전면에 부각했다면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고,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화전략으로서 이스터 에그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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