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의견차가 팽팽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귀국길에 올랐다. 당분간 장기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내일 전쟁이 멈추더라도 파괴된 시설 복구와 물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세계경제의 충격은 커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이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오일쇼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스 쇼크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기"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역시 이란 사태를 계기로 "세계 경제는 더 높은 물가와 더 낮은 성장이라는 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경제는 이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원·달러 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 채 하루 10원 안팎의 변동폭이 일상화됐다.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며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총력전이 현실적이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와 냉난방·조명 절전 등에 국민과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과 특정 에너지원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우리 실정과 환경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재설계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다. 핵심 원자재·부품 비축과 '프렌드쇼어링' 확대도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고유가로 인한 경제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