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난 골든타임, 과학기술로 잡는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2026.04.23 04:00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재난은 복합적이다. 재난의 스펙트럼이 자연재해에서 산업재해, 사회문제, 디지털 위협까지 전방위로 확장된다. 독일 최대 재보험사 뮤닉리는 2024년 자연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규모를 약 460조원으로 발표했고 연평균 5~7%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도 2024년 한 해 34회 재난으로 약 9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존 빠른 사후복구로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에 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예측하고 차단하는 사전대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를 통해 AI 기반 홍수·산불 예측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이고 미국 해양대기청은 40년 동안의 기상데이터를 학습, 1925년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를 활용해 태풍의 경로를 단 40분 만에 예측하는 AI 모델을 도입했다. 영국 보건안전청 역시 과거 사고기록과 실시간 작업현장 데이터로 추락사고를 예측한다.

정부는 '제1차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을 통해 범부처 R&D(연구·개발)를 발굴·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성과로 'AI 기반 얼굴인식 기술'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실종된 13세 소년이 38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난해 9월엔 앞모습 사진만으로 자살을 시도한 실종자를 단 8초 만에 CCTV로 찾아 생명을 구했다.

두 번째 태양에너지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막증류 해수 담수화 시험장치가 지난해 여름 가뭄이 발생한 강원 강릉 현장에 투입됐다. 기존 역삼투압 방식 대비 에너지를 30% 이상 절감하는 신기술로 현재 바닷물 10톤 규모의 실증에서 앞으로 1000톤 규모의 대형 실증을 기획 중이다.

세 번째 사례는 국경으로 반입되는 마약을 탐지하는 기술이다. 기존 투과 X선 장비는 물체의 외형판독에 그쳐 교묘히 숨긴 마약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관세청과 함께 개발한 첨단 '후방산란' X선과 AI로 은닉 유기물질을 선명하게 탐지하는 기술(2021~2024년)을 올해 4월부터 우체국 현장에서 시범운용 중이다. 나아가 신규 사업으로 기획 중인 중성자선 기술이 개발되면 탐지와 동시에 마약성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재난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이유다. 그리고 과학기술은 그 책무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돼야 한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개발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이 제때, 제자리에서, 제대로 작동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사진=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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