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窓]AI 시대, 청년의 첫 경력을 지켜야 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2026.04.28 04:25

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산업과 직무를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여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이 문제를 둘러싼 전망은 다소 엇갈려 왔다. 한때는 프로그래머 같은 전문직마저 AI의 직접적인 대체 대상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관련 인력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AI가 고용 전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지금의 AI 확산은 청년 일자리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AI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에게는 보완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반면 경험과 숙련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경력 초기 인력에게는 AI가 대체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이미 숙련을 축적한 사람은 AI 시대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크지만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은 그 반대편에 놓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기는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기초적인 직무 역량과 실무 능력을 익히며, 이후 경력의 방향을 형성해 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충분한 일 경험을 쌓지 못하면 그 영향은 단기적인 충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초기 경력 형성의 실패와 숙련 축적의 지연은 노동생애 전반에 걸쳐 임금과 고용 안정성에 지속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시장에서 청년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된다면 정부에서 개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경제 여건에서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 결과 청년 고용 여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청년에게 경력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이 있다.

첫째 정부가 직접 프로젝트를 발주해 청년들에게 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는 지역 문제, 문화·복지, 환경과 같이 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협업과 실무의 과정을 거쳐 경력을 쌓을 수 있다.

둘째 직업훈련이나 직무교육을 이수한 청년들이 노동시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기업과 공공기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업무를 이들과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하면, 경력 초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기획, 데이터 분야에서는 작은 프로젝트 경험이 이후의 일자리나 협업 기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플랫폼은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셋째 창업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에게는 소규모 창업과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경력 형성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창업 지원에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멘토링, 판로, 공간, 실패 후 재도전까지 포괄하는 패키지 형태여야 한다.

넷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인턴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비용을 일부 분담해서라도 청년이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권과 같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에서 이러한 기회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숫자만 늘리는 형식적 인턴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학습이 결합된 질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이들이 청년이라면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대상도 청년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는 첫 경력의 기회를 보완하고 한 세대가 출발선에서부터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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