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중국서 세계 향하는 현대차 승부수[특파원칼럼]

'무한경쟁' 중국서 세계 향하는 현대차 승부수[특파원칼럼]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4.27 04:02

[특파원칼럼]

2026 오토차이나 현대차 언론 공개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아이오닉V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 오익균 부사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 베이징자동차그룹 장젠용 동사장, 모멘타 CEO 조쉬동, 베이징자동차그룹 창루이 총경리/사진제공=현대차
2026 오토차이나 현대차 언론 공개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아이오닉V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 오익균 부사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 베이징자동차그룹 장젠용 동사장, 모멘타 CEO 조쉬동, 베이징자동차그룹 창루이 총경리/사진제공=현대차

"6개월 주기로 신차를 출시해야 살아남는 시장입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인 '오토차이나 2026'(이하 베이징 모터쇼) 현장. 참가 브랜드 부스 마다 공통적으로 '생존 경쟁'을 강조하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경쟁은 필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경쟁에 대한 절박함은 유독 강하게 묻어났다. 이 행사를 15년간 지켜본 한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제 중국은 혁신이 없으면 곧바로 뒤처지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모터쇼장을 지배한 경쟁의 정서는 행사 직전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내놓은 숫자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판매이익률은 전년대비 0.2%포인트 하락한 4.1%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다. 자동차 공급 과잉이 이어진 가운데 업계 내부의 기술경쟁은 물론 가격경쟁이 과열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해외 브랜드의 무덤이 됐다. 2020년 약 56%였던 해외 브랜드의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 토종브랜드들도 휩쓸려 나갔다. 2018년 500개 이상이던 전기차 스타트업은 지난해 100개 미만으로 줄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나타난 결과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수가 40%가량 적은 구조상 배터리와 전장, OS(운영체제) 등 모듈화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공유가 가능하다. 그만큼 차량 개발 속도가 예전보다 빠르고 산업 진입 장벽이 내려간 셈이다. 전통 완성차 제조사 뿐 아니라 전기차 스타트업, IT 기업이 동시에 경쟁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소수의 완성차 기업이 과점한 전통적 산업 구조에서 탈피한지 오래다.

최신 기술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 성향도 시장 경쟁을 격화시킨 배경이다. 중국에선 기본적으로 '신형일 수록 더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자동차를 내구재가 아닌 업데이트되는 디지털 제품처럼 소비하는 데다 가성비에 극단적으로 집착한다. 같은 가격이면 브랜드 자체보다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모델을 선호한다. 초고속 충전이나 자율주행 등 기술 하나로 브랜드 순위가 뒤집힌다. 때문에 자동차 기업은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으며 동시에 항상 가격을 조금이라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6개월마다 신차를 출시해야 살아남는다'가 불문율이 된 이유다.

이처럼 극한의 시장 경쟁을 뚫은 브랜드는 당연히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경쟁력을 얻는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도약한 BYD가 대표적이다. BYD는 올해 베이징 모터쇼 행사에서도 내수시장에서 단련된 '극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관에서 전기차 실모델에 충전건을 삽입한 뒤 충전 게이지가 올라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97% 충전까지 실제로 걸린 시간은 8분 38초로 제원상의 9분 보다 오히려 빨랐다. 충전 시간을 사실상 내연기관 수준으로 단축한 셈이다.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본 자동차가 1970~1990년대 세계시장을 지배했는데 그와 비슷한 양상이 지금 중국에서 재연되는 셈이다.

올해 베이징모터쇼에서 '아이오닉V'을 선보인 현대차가 뚫어야 할 시장은 이처럼 만만치 않다. 아이오닉V를 시작으로 5년간 20종의 신규모델을 출시해 연간 50만대를 중국에서 판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베이징모터쇼 행사장에서 "'In China, For China, To Global(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를 향해)'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모빌리티의 미래를 정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과정일테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시장이자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그 자체로 세계 시장 경쟁력을 입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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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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