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주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한국에 진출해 한 때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던 브랜드지만 작년 고작 1951대를 판매해 16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혼다도 전기차 전환 전략 실패로 최근 대규모 손실을 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혼다는 '기술의 혼다'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며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위상을 떨쳤다. 2017년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판매 순위 5위권에 들었고 2018년에는 역대 최대 판매를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심화하면서 최근 수년 동안 판매량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기차 라인업 경쟁력을 앞세워 북미와 인도 시장 등지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와 대조되는 흐름이다.
혼다는 내연기관 명성에 매몰돼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흡수하지 못했다. 테슬라, 현대차 등에 비춰 전동화 속도가 늦었다. 중국 업체들에게는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뒤졌다. 혼다가 2000년 내놓은 세계 최초의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는 하드웨어에만 치중한 나머지 AI 학습으로 무장한 로봇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혼다의 부진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사실을 기업에 각인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곧 독이 됐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와 조선, 방산, 배터리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는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은 잘 팔리는 주력 제품 수익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기술로 과감히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이 능동적으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게 사업재편과 신기술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도와야 한다. 변화에 노사관계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미래지향적 노사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