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법원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에서 첨단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밀을 빼돌린 전 TSMC 직원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기술 유출에 대해 대만 개정 국가안전법 경제간첩죄를 적용한 첫 판결이다. TSMC 출신 엔지니어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으로 이직한 후, 납품을 노리고 TSMC 엔지니어로부터 2나노 공정 도면을 빼낸 혐의다.
2022년 대만은 국가안전법 개정안에 '국가핵심관건기술 경제간첩죄'를 신설하며 첨단산업 보호를 강화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국가핵심관건기술을 유출할 경우 5~12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최대 1억대만달러(약 47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다.
대만이 기술 유출에 철퇴로 엄벌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지난 주 서울고법은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D램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삼성전자 전 부장 김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사안의 중대성은 한국의 기술 유출이 대만보다 훨씬 크다. 도쿄일렉트론은 TSMC의 공급업체지만, CXMT는 D램 업체로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경쟁관계다. 도쿄일렉트론은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검찰 수사와 TSMC 내부 조사에 적극 협조했지만, CXMT는 기술 유출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창신메모리, SMIC 등 중국 기업은 반도체 자급을 위해, 한국 반도체 인재와 반도체 기술을 노리고 있다.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다. 지난 2월 말 국회는 형법 제98조를 개정해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했다. 이제 산업 스파이에도 간첩죄를 적용해 기술 유출을 엄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