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아서 튀는 한국의 재생e 보급률[우보세]

권다희 기자
2026.05.08 05:5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독일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임원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자사 탈탄소화 전략을 발표한 그에게 "재생에너지 조달로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그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독일에서는 풍력·태양광이 이미 신규 발전원 기준 화석연료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전원이 됐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조달 자체를 고민하는 것과 달리, 독일 기업들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 위에서 움직인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독일은 왜 한국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많은가.

흔히 격차의 이유로 국토 면적을 떠올린다. 물론 독일이 한국보다 넓은 국토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 독일의 국토 면적은 약 35.7만㎢로 한국의 약 3.5배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독일이 225테라와트아워(TWh)로 한국(41.4TWh)의 약 5.4배(이하 엠버 자료 기준)다. 단순한 면적 차이를 넘어선 격차다.

일사량 조건 역시 독일이 더 유리한 것은 아니다. 세계은행 글로벌 솔라 아틀라스에 따르면 독일의 태양광 발전 잠재력은 한국보다 15~25% 낮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독일의 태양광 발전량은 89.6테라와트아워(TWh)로 한국(37.8TWh)의 약 2.3배에 달했다. 해상풍력 격차는 더 극적이다. 독일은 영토의 북쪽만 바다와 맞닿아 있지만 현재 약 9.5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0.3GW)보다 30배 많은 규모다.

유럽이 멀게 느껴진다면 대만을 보자. 면적이 한국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고 산지가 많으며 태풍·지진에도 취약하지만, 대만은 해상풍력 확대를 통해 빠르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대만의 풍력 발전량은 12.8TWh로 한국(3.64TWh)의 약 3.5배다. 2022년만 해도 대만의 전력원 중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4.95%로 한국(5.48%)보다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9.6%로 한국(6.7%)을 앞질렀다.

한국이 국토 면적과 날씨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못 늘렸다기에는 이외에도 반례가 너무 많다. 최근 몇 년간 대부분의 국가는 하락한 발전 비용과 에너지 안보 필요 속에 재생에너지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답보했고, 주요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국가를 찾기 어려워졌다. 다행히 최근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어떤 해법을 만들어낼 것인지 여부다. 최소한 사실과 다른 전제에 기반한 소모적 논쟁만큼은 멈춰야 한다.

권다희 산업1부 차장 /사진=권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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